5월을 맞아 모처럼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할 곳을 이야기하며 정선 5일장과 경주, 안동이 후보지로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정선 5일장은 장 날짜가 맞지 않아, 경주는 아이들이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결국 제가 후보지로 냈던 안동이 정해졌습니다. 사실 안동은 지난해 ‘생명의 강’을 주제로 열린 창조보전축제 때 다녀온 곳입니다. 그때는 아이들 학교 때문에 가족이 함께 못해 꼭 한번 같이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지난 가을 생명의 강을 살리고자 하는 수도자들과 신자들이 낙동강 강가를 따라 하회마을 건너편 부용대까지 걸었습니다. 높은 가을 하늘과 흔들리는 갈대숲, 그리고 흐르는 강물 옆으로 조용히 걸었습니다. 그렇게 걸으며 왜 독일의 한 건축가가 “직선은 죄악이다”라고 이야기했는지 알았습니다. 강이 굽이굽이 흐르지 않고 직강화(直江化)되면 바로 강의 생태계가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분명 죄악입니다.
그런 생각 속에 부용대 중턱에서 생명의 강과 함께 창조보전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하회마을로 건너는 나룻배를 타고 입담 좋은 뱃사공 이야기에 서로 바라보며 웃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엔 가족들과 함께 그 강가에 섰습니다. 안동에 처음 온 아내와 아이들은 흐르는 낙동강 강물과 맞은편 기암절벽 모습에 놀랍니다. 누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한참을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후 아이들은 물수제비를 뜨겠다고 강가로 내려갑니다. 저도 따라 내려갑니다. 얇고 편편한 돌을 골라 오랜만에 강에 물수제비를 뜹니다. 아이들도 옆에서 제 모습을 따라 돌을 던집니다. 아내는 뒤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뜨는 옆으로 석양이 번집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는데 그렇게 자연이 준 돌과 강물로 한참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강이 있어 행복한 한 나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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