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아침을 들어라.”(요한21,12)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예수님과 내가 어떠한 관계인지를 잘 몰라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부제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한심하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꼭 풀어야만 했던 삶의 화두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에게 있어서 어떠한 존재인가?
한달 피정을 하면서 매달렸다. 아니 협박이라고 해야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주시지 않으면 나도 부제품을 받지 않겠다 했으니…. 하지만 그분은 이에 대한 답을 주시지 않았다. 대신 어서 와 아침이나 먹으라는 말씀만을 하셨다.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함께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깨닫지 못한 제자들에게, 더욱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고기 잡고 있는 그들에게 어떠한 꾸중이나 질책이 아닌 그 모든 것을 보듬으며 다시금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신다.
그들이 곧 한심한(?) 나 자신임을 고백한다.
새벽 먼동이 틀 무렵, 밤새도록 헛일만 했던 나를 향해 작은 모닥불을 피우시며 빵과 물고기를 손수 구워 건네주시는 그분! 바로 그분과의 관계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표현이 무엇이 있겠는가? 어찌 그분 앞에 나 자신을 내어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제단에 첫걸음을 디디며 그분과 약속을 하였다. 빵과 물고기를 굽고 계시는 당신 곁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이곳 황새바위에서 빵과 물고기를 잘 구워 성지를 찾아오는 배고픈 이들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듬뿍 담아 건네주고 싶다. 하지만 그 서툰 솜씨는 여전하기에, 설익은 빵과 물고기를 전해주며 허기진 배를 채우라고 순례자들에게 재촉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아직도 그분 곁에서 불을 지피며 빵을 굽는 것이 송구스럽지만, 오늘도 제단에 오르기 전, 난 무릎을 꿇으며 기도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서툰 나에게도 그 음식을 떼어 주시니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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