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5월 8일 오후 8시 발안성당을 방문, 평택대리구 화성지구 ‘소공동체 월례교육’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특강했다. 유머와 솔직담백한 체험담으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끈 이주교는 자신의 기도생활과 신자들과의 만남 경험 등을 토대로 신자들이 기도하는 생활을 바탕으로 가정성화와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주기를 당부했다. 또 평신도들의 열정과 헌신이야말로 교회의 주된 성장 동력이라며 평신도들이 교회 발전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해주기를 청했다. 다음은 특강 요지.
존경하는 반장, 구역장님들께서 매달 한 번씩 함께 모여 기도하고 공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교구의 모든 지구에서 모범으로 삼을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소공동체는 우리 신자들이 나아갈 길이고 생명입니다. 소공동체를 놓치면 우리 교회는 존재하고 발전할 수 없습니다. 신앙생활은 결코 혼자서만 할 수 없습니다. 가정과 이웃 안에서 반·구역·지역·본당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해야만 합니다.
주님 대전에 머무는 만큼 영혼은 생기를 얻어
때 되면 성사보고 미사 참례하고 레지오 활동하면서 ‘정말 이게 다인가, 참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예수님이나 성모님께서 내 앞에 나타나셔서 수고했다고 어깨라도 두드려주면 지금보다 잘 할텐데’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매일 성체 대전에 나갑니다. 하루 두세 번 어떤 때는 세 시간 동안 앉아 있습니다. 2년 전 일주일동안 하루 세 시간씩 성체 대전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너무 흐뭇하고 좋았습니다. 그때의 그 감격을 마음에 담고 1년을 정말 자신 있게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쁘다고 기도를 소홀히 하고 주님 대전에 가지 않으려 하면 생활에 윤기가 없습니다. 바빠도 주님 대전에 오래 머물러 있는 그만큼 우리 영혼이 생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영양제 링거를 맞는 느낌이랄까요. 소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쉬는 교우를 회두시키는 방법의 기본은 기도입니다. 그럼 가장 좋은 기도 장소는 어디일까요. 바로 성당입니다. 성체가 모셔져 있는 이곳에 들어오는 것으로 기도가 시작됩니다.
신자들이 교회의 주인이자 주역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규정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표현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 신자들이 교회의 주인이요 교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신부님이나 수사님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신도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음은 잘 아실 것입니다. 전 세계 교회 역사를 봐도 선교사 없이 신자들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고 주일을 지키고 기도를 하며 성직자 영입을 위해 노력한 교회는 없습니다. 우리 한국 교회는 전 세계에 큰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성직자·수도자 수하에서 부속물처럼 일하는 분들이 아닙니다. 신자들도 하나이신 예수님 그리스도의 한 몸을 구성하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왜냐하면 신자들은 세례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 그리스도의 예언직·사제직·왕직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우리의 아픔과 고통, 서러움, 병고, 가난, 질병 등을 통해서 주님께 제사를 바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 자체가 넓은 의미에서는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언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의와 양심을 지키고 선행하는 모습, 환경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사회의 정신적·도덕적 주도세력으로, 예언자로 사는 것입니다. 시대의 예언자는 하느님의 정신을 세상 안에서 가정 안에서 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왕직은 곧 다스리심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다스리심을 믿고 우리도 하느님을 닮아서 다스리심에 따르고 하느님 백성의 하나로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친교와 참여, 공동선을 지향하는 교회
우리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합니까. 먼저 친교의 교회여야 합니다. 사이좋게 지내며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나누는 친교를 우리 신앙생활에서 뺀다면 우리는 주님 앞에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낮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돌아가신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 부서져 나눠야 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편견과 오해와 욕망을 죽이며 나 자신을 비워야만 친교 할 수 있습니다.
참여하는 교회상을 구현해야 합니다. 내가 모두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의식을 갖고 하느님 백성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몫을 갖고 있습니다. 공동선을 지향하는 교회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보다는 우리의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나에 대한 확고한 주체성은 갖되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나와 같은 다른 이의 의견도 존중해야 합니다.
건강한 가정, 건실한 본당 공동체
교황청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교회의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교회가 활성화되고 뭉쳐서 잘 해 나가느냐라고 감동하고 한국교회를 칭찬합니다. 저는 그 성장 동력이 바로 신자들의 열성과 헌신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 수원교구 또한 본당과 신자수, 사제 수에 있어 큰 교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공동체가 활성화 돼야 합니다. 가정과 본당이 튼튼해야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본당도 가정이 모여야 합니다. 건강한 가정을 통해 건실한 본당공동체가 되고 이를 통해 교구 공동체 또한 화목한 공동체, 섬기는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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