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 강가의 조약돌초럼 늘 어둠의 모서리에
제 몸을 굴려 스스로를 깎아내며
작게 만들었다.
우리는 반평생을 그와 함께 살면서도
단 한번도 그가 우리를 외면하거나 슬픔에
귀를 막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둠을 두려워하는 것을 겪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알지 못했다.
그가 너무도 우리와 가까이 있었으므로,
너무도 우리와 비슷하였으므로,
때로는 우리 보다 더 작고 보잘것 없다는
아린 생각까지 하였으므로,
우리는 그를 알지 못하였다
함께 버스를 타고 안개 길을 걸으면서도
막장 같은 공기를 호흡하면서도
보지 못하였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이승의 연을 다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고치처럼 오그라든 몸까지도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떠난 뒤
밤처럼 캄캄해지는 하늘을 보면서,
샘처럼 가슴을 채우는 눈물을 보면서,
멈추어서는 사람과 사람 자동차와 자동차
나무와 꽃과 바람과 새와 시간을 보면서,
그리고 마침내는
비 온 뒤의 물웅덩이처럼 조금씩 투명해지는
세상을 보면서, 우리는 비로소 그가
우리 가운데서 살다 간
사랑임을 알았다
한 알의 빛이었음을 알았다
먼 2000년 전,
세상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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