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성당에서 우리농·환경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함께 안동교구 쌍호 공소를 다녀왔습니다. 쌍호 공소는 200년이 넘는 신앙의 뿌리를 간직한 공동체입니다. 이 곳 신자들 대부분은 30년 넘게 가톨릭농민회 생명·공동체운동을 실천하고 있어 쌀과 보리, 양파, 마늘로 이어지는 이모작농사를 생명농법으로 짓고 계십니다.
저희 활동가들은 이분들을 만나 생명과 땅을 살리는 유기?순환적인 지역농업과 공동체적 삶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갔습니다. 그날 밤 저희들은 네다섯 명씩 농민들 집에 가서 자고 다음날 아침 들일을 나갔습니다. 저도 공소회장인 재오 형님네 유기재배 양파 밭에 갔습니다. 600 평 가까이 되는 양파 밭에서 풀을 뽑고 꽃대가 올라온 수놈 양파도 뽑았습니다.
사실 양파에 수놈, 암놈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멀쩡한 양파를 수놈이라고 뽑는 이유를 형수에게 물어보니 수놈양파는 더 크면 양파 속에 심이 굵어져 맛도 없고 또 양파 대를 자르면 쉽게 썩어 저장이 어려워 미리 솎아준다고 합니다. 저희는 한 고랑씩 맡아 풀과 수놈양파를 골라 뽑았습니다.
얼마 전 입하가 지난 초여름치고는 너무 더웠습니다. 머리와 등줄기에 땀이 계속 흐릅니다. 형수는 이 밭 말고도 600평 양파 밭이 더 있는데 제일 힘든 일이 풀 뽑는 일이라고 합니다. 제초제 몇 천원 어치 사다 뿌리면 수확 때까지 손 한 번 대지 않아도 되는데 형님과 형수는 뙤약볕 속에서 몇 번이고 풀을 뽑아야 합니다.
그렇게 수확된 양파를 우린 너무 쉽게 먹었습니다. 알이 잘다고, 모양이 안 좋다고, 비싸다고 너무도 쉽게 말했습니다. 도시적 삶에 익숙한 우리네 삶의 잘못된 경제적 가치였습니다. 저희는 그날 땅에 고개 숙여 땀 흘리며 그렇게 ‘생명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재오 형님네 달고 매콤한 양파 향과 함께 한 소중한 1박2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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