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뭘 하긴 하는 것 같은데…. 별 신경 안 써요.”(신자 청소년)
“청소년사목,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실마리를 못 찾겠습니다.”(청소년사목 일선 관계자)
청소년을 향한 교회의 노력과 청소년들의 기대치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무성한 넝쿨로 얽혀만 가고 있다. 대부분의 교구가 미래 교회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신앙 활성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지만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교회가 보유한 역량 가운데 상당부분이 청소년사목에 투자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매년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청소년 실태를 조사하고 청소년 문화를 따라잡으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청소년사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9~11면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던 다각적인 모색을 해오고 있지만 교회 내 청소년 수가 10년 전에 비해 반 이상 줄어드는 등 갈수록 청소년사목의 풍토 자체가 척박해지고 있다는데 일선 사목자들의 고민이 있다.
청소년 사목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는 무성하지만 교회의 노력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갖는 생각이다. 수도권지역 본당 주일학교에 다니는 김보라(마리안나·17)양은 “시험기간이라도 성당이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느끼면 갈 텐데 그렇지가 않다”며 “본당 신부님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화는 있는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그게 그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탈이념, 탈권위주의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관심과 기호에 따라 자발성을 드러내는 청소년들에게, 교회는 여전히 큰 변화 없는 전통 패러다임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부국장 양장욱 신부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청소년 사목 활성화를 위한 실마리를 푸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 종단에서는 근래 들어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어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은 어린이 청소년 포교를 선도적으로 이끌 거점 도량을 정하고, 시군구 단위별로 청소년중심 도량을 지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아부~청년부에 이르는 교육을 담당할 전문담당교역자를 별도로 양성해 청소년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한국 교회 소공동체 운동을 이끌어온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삶의 자리가 배제된 주입식 교리교육이 아니라 체험 위주의 살아있는 현장학습이 주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 주교는 이를 위해 “역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삶 속에서 살아있는 신앙을 체험하는 유다인들의 ‘홀로코스트 교육 방식’과 ‘성가정중심교육’”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새 패러다임을 창출해내는 일은 과거의 낡은 틀을 깨는데서 출발한다. 청소년들이 기호에 따라 모일 수 있는 동아리 형식이나 복음화를 위한 그룹성서모임 등을 통해 주일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본당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모색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제주교구 교육국장 김석주 신부는 “주일학교 규모나 숫자를 따지는 양적 교육 위주 인식만 깬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시도로 질적 교육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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