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래전 가톨릭농민회 전국본부 일을 하며 알게 되었던 전우익 선생님. 대전 농민회관에서 전국에서 생명·공동체운동을 지향하는 신부님들과 신학생들을 모아 처음으로 ‘창조생명가치연수’를 열었을 때 선생을 모셨고 그 때 선생은 큰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저 농사짓는 이야기 조금. 그리고 이내 입을 다물곤 해 사회를 보던 제가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참 지나 생각해보니 “몸으로 사는 게 중요하지 입으로 떠드는 게 뭔 의미 있겠는가” 하는 선생의 가르침 같았습니다. 그리고 흙과 함께 살다 떠났습니다.
그 옆 동네 살던 친구 바보 권정생 선생님.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송곳으로 찌르는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할 때에도 친구 정호경 신부님께 너무도 아름다운 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기도해달라고. 북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평생 모은 예금통장을 맡기고 떠난 또 한 분 바보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우리 교회와 사회의 큰 어른으로 물질화되는 오늘날 교회 속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삶이야말로 우리 교회의 변치 않는 소명임을 일깨워주고 떠난 바보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이제 또 한 바보가 떠나갔습니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스스로 바보의 길을 선택했던 사람. 그리고 그 바보스러움으로 보다 깊은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길을 가고자 재벌과 언론의 잘남에 맞섰던 바보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끝까지 바보같이 떠나갔습니다.
빈부격차가 최고점에 오른 요즘. 그러나 자본과 권력은 효율과 경쟁만이 살길이라 외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우리들은 이를 ‘폭력’으로 느끼는 요즘. 바보가 그립습니다. 세상의 비웃음 속에서 지켜내야 할 가치와 배려를 생각했던 예수 닮은 바보들의 바보 같은 삶이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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