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예산 가나안농장 이연원(사도요한) 대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친환경 방법으로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주다.
친환경 사육이란 단순히 항생제 등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사료를 먹이고, 자연적인 환경 안에서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그의 농장에 들어설 땐 악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밖에서부터 여느 돈사들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돼지들이 온몸을 부딪혀가며 복작대는 일반농장이나 공장식 사육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널찍한 공간이 펼쳐진다. 돼지들은 그 돈사 안에서 따스한 봄햇살에 일광욕을 하며 나른함을 만끽한다. 시간마다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계된 기계식 천장 덕분이다.
이곳 돼지들이 먹는 사료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곡식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든다.
항생제는 단 한방울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표는 평소 돼지를 키울 때는 물론 치료할 때나 새끼를 낳을 때도 항생제와 호르몬제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평소 봉침과 생균제 등으로 질병을 예방한다. 그래도 전염병에 대해서는 떠올릴 필요도 없을 만큼 튼튼하다.
고기 맛은 일품이다.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먹지 않은 돼지의 고기는 리놀렌산이 풍부해 그 어떤 고기보다 쫄깃쫄깃하고 특유의 냄새도 없다. 돼지가 스스로 건강하게 잘 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농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뽀송뽀송한 흙(?)이 깔려있는 바닥이다. 흙처럼 보이는 바닥은 톱밥과 분뇨가 섞여 발효된 것으로 퇴비로 제격이다.
바로 이 퇴비가 이 대표가 축산업자로서 궁극적으로 갖고자 하는 생산물이다. 이 대표는 현재 돼지분뇨로 만든 퇴비를 인근 농부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친환경 축산을 통해 깨끗한 분뇨를 얻고, 그 분뇨를 퇴비로 만들면 수질오염을 막는다. 특히 퇴비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환경을 구축한다. 덕분에 사람 몸에 항생제가 남아 건강을 해치는 일도, 자연이 오염되는 일도 줄어든다.
이 대표는 “축산의 축(畜)자를 풀어보면 땅을 검게 한다, 즉 비옥하게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가축은 고기를 제공하기 이전에 기름진 땅을 위한 퇴비 생산을 위해 키우는 것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가나안농장에서 출하되는 돼지고기는 ‘씨알해올림돼지’라는 브랜드명으로 팔린다. 아직은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 특정인을 위한 농축산업을 한다는 비난도 받을 때가 있다. “그냥 두면 일반인들은 고기에 항생제가 들어갔는 지 어떤 지도 관심없다”며 항의하는 양돈업자들 사이에서 이 대표는 미운오리새끼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궁극적으로 건강한 땅을 일구기 위해 돼지를 키워야 한다는 뚝심을 놓치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이른바 ‘윤리적인 소비’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결과로 좋은 맛과 질의 고기를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축산업도 농업도 내가 가꾸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화학물질로 밥 먹고 살고, 자연을 더럽히는 행동은 자연을 도둑질하는 것이며, 그 결과로 사람은 병을 얻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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