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기술되는 내용들은 이미 일반 언론에 널리 알려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대개 잊히는 일들이겠지만,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일면이 있으므로 필자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2008년 12월, 몇 달 전부터 도피 중이던 당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에게 경기도 일산의 전교조 여성 노조원이 피신처를 제공하였다. 이석행 위원장이 그 집에 들어간 지 5일 뒤에 체포되고, 피신처를 제공했던 이 여성은 심문을 받았는데, 이 여성의 집에서 심문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도와주던 민주노총 간부가 그녀와 함께 술을 마시다 성추행을 시도했다. 민주노총 간부들은 그녀에게 이 사실을 함구하도록 여러 가지로 회유하였다. 그러나 올 2월 6일 민주노총 간부 4명이 사표를 제출하였으며, 2월 9일에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한 나머지 간부 5명도 물러났다. 이는 민주노총이 1995년에 발족한 이래 뇌물수수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단행한 총사퇴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의 노조 세계에서 이는 노동조합의 참된 이미지를 너무나 더럽히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설립 때부터 늘 진보적인 노동 세력이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집단으로 자부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사건 때문에 아주 딴판인 인상을 사회에 심어 주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많은 노동자들의 불만은 우리나라의 대기업 노동조합들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대기업 조합원들의 임금인상폭이 큰 만큼 그에 대한 부담을 하청업체의 기업주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임금을 삭감하거나 직원을 감원하는 대신 남은 직원들이 감원된 동료들의 일마저 해야 한다. 게다가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는 중소기업보다 더 큰데, 정규직들이 겉으로 비정규직에 관심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실제는 자신들의 임금인상만 우선 걱정하는 것 같다.
2009년 초부터 아주 특별한 현상이 생겼다. 2004년에 민주노총에서 추방된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가 경제위기를 맞아 직원들의 임금과 상여금을 노동조합 역사에서 처음으로 회사에 일임하였다. 대신에 8000명 정도의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다. 즉, 권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투쟁하면서도 양보와 타협을 통하여 상생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게다가 몇몇 그 회사 간부들도 자기 월급 전체나 일부를 회사에 맡겼다. 2008년에 선박 수주가 줄어 노조원들도 회사의 앞날을 걱정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SK에너지에서도 발생했다.
이후 3∼4월에 몇몇 노조들이 민주노총에서 탈퇴하였다. 몇 년 전부터 민주노총의 열렬한 지역노조이던 서울 힐튼호텔 노조가 4월에, 인천국제공항 노조와 인천전철 노조도 민주노총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하였다. 서울지하철 5∼9호선 노조원들과 인천, 대전, 광주 그리고 아마도 대구 지하철 노조원들도 새로운 노조연맹을 만들 계획인 것 같다. 노조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현재 민주노총이 노조원의 복지와 권익보다는 정치적인 이슈들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 글은 몇몇 노조만 언급하였으나, 다른 노조들도 대개 비슷한 걱정을 하는 것 같다.
가톨릭 사회교리,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노동하는 인간’에서 노동조합의 역할과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였다(노동하는 인간, 제20항 참조). 즉, 노조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기 위하여 투쟁하면서 성장하였고, 산업화한 현대사회의 불가분의 요소이지만, 노동자들의 개별 직업에 따라 정당한 권리와 사회 정의를 위한 투쟁을 대변하는 정당한 노력이어야 한다.
노조활동이 연대감과 단결의 도구가 되고, 노조의 요구가 모든 결함의 시정을 목표로 하더라도 ‘이기주의’ 집단이나 계층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 노조는 사회 전체의 공동선이라는 틀 안에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1977년에 25.4%이었으나, 30년이 지난 2007년에 10.8%로 내려갔다. 이처럼 노조원들이 줄어드는 것을 가톨릭 신자로서 기쁘게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역대 교황들의 올바른 사회를 위한 전망에 따라 사회의 모든 사람들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운동이 되도록 많은 신자들이 올바르게 참여하면서 촉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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