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사회가 뒤숭숭하다. 사회통합이라는 지향점이 희미해지고, 갈등과 반목이 재연될 조짐이다. 모두가 입으로는 일치와 화해를 말하지만 행동은 분열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북한은 잇따른 도발로 ‘민족끼리’상처주고 있다. 게다가 실업률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빈부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상(喪) 중에 있는 가난한 가정의 사립문 밖에 칼 든 험상궂은 사람이 서 있는 격이다. 일찍이 한국 사회가 이처럼 많은 난제들을 동시에 안았던 때는 없었다.
그런데도 정작 정치권은 공존을 위해 머리 맞대려 하지 않는다. 반성은 없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난무하고 있다. 언제부터 한국사회가 이렇게 됐는가. 반만년 문화 민족이 언제까지 손에 음식물을 가득 쥐고 항아리에서 손을 빼지 못하는 원숭이의 우(愚)를 범하고 있을 것인가.
정부는 현재의 다양한 위기와 관련해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대책들이 물질주의 혹은 기회주의적 실용주의에만 바탕하는 것이라면 그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영혼이 먼저 살아야 정신이 맑아지고, 그래야 몸도 건강해 진다는 것은 진리다. 하루빨리 한국 사회에 새로운 정신 운동, 영성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가톨릭신문이 서울대교구와 함께 최근‘감사와 사랑 운동’을 전개키로 한 이유다. 감사와 사랑 운동은 풀 죽어 있는 현 한국사회에 새로운 영양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운동은 동시에 한국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향락주의를 극복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인간의 덕은 겸손과 사랑으로 통합된다는 것이 가톨릭 신앙 고백이다. 겸손과 사랑은 손에 잡히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신앙인은 ‘눈에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2코린 4,18)는 것을 고백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느님 안배는 당신 사랑의 결과이기 때문에 하느님 뜻을 완수하는 인간의 응답도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1코린 13,1-3 참조). 창조주의 명령이자 동시에, 김 추기경이 남기고 간 ‘사랑의 유산’은 이제 우리들의 손에 의해 소중하게 갈고 닦아져야 한다.
김 추기경의 유언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가 종교의 벽을 넘어 범국민적 차원으로 확산되기를, 한국 사회의 어둠을 빛으로, 갈등을 화해로, 분열을 일치로 승화시키는 견인차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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