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 성령대회는 한국 교회에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동안 유럽대륙에서만 개최되던 세계 성령대회가 타 대륙으로는 처음으로, 그것도 아시아의 한국에서 열렸다는 것은 한국 교회 성령운동의 역량을 세계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1989년 세계 성체대회 이후 근래에 들어선 드물게 6만 명의 대군중이 참여한 성령 축제였다. 한국 교회의 새로운 성령강림을 기원한 이번 대회는 특히 영혼을 살찌우는 보석 같은 말씀들로 가득했던 사랑의 잔치였다. 그 은총의 충만함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 지면을 통해 한국 교회가 행복해했던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본다.
○… 이번 대회에는 44개국 377명의 외국인들이 함께 했다. 6월 1일부터 인천공항을 통해 속속 도착하기 시작한 외국인 참가자들은 개막미사가 있었던 3일 오전까지 꽃동네 각 시설에서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행동하는 사랑’(love in action)을 실천했다. 참가자들은 또 2일 오후에는 임진각 평화누리광장에서 이한택 주교(의정부교구장) 주례의 민족화해와 남북통일을 위한 미사에 참석,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이한택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어 서로 포용하고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성령 운동 세계 지도자들은 임진각 미사에 이어 오후 7시에는 서울역 지하도를 방문, ‘노숙자 위로의 밤’을 마련하고 속옷, 빵, 두유 등을 노숙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세계가톨릭성령쇄신봉사회 미셀 모란 회장은 한국의 행동하는 사랑 실천에 큰 관심을 보였다.
○… 3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개막미사는 한국 교회의 성령강림을 기원하고, 성령의 충만함을 만끽하는 은총의 축제였다. 사물놀이와 탈춤으로 시작한 개막미사는 세계성령대회 한국 준비위원장 오태순 신부, 한국가톨릭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장 박효철 신부, 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신부의 성화 봉송, 미셀 모란 회장의 성화 점화, 주교단 및 사제단 입장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 참회예절을 통해 하느님 앞에서 가식과 위선을 벗어버린 참가자들은 미사 후에는 찬양 페스티벌, 참가국 민속공연 등을 통해 성령 안에서의 친교를 만끽했다.
4일부터 6일까지 3일 동안에는 행동하는 사랑, 성령, 선교를 주제로 지도자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알베르 반호예 추기경, 미셀 모란 회장, 세계가톨릭성령쇄신봉사회 요셉 그렉 세계이사 주교, 시릴 존 부회장 신부, 예수회 로버트 페리시 신부, 박효철·오웅진·오태순 신부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특히 6월 6일 지도자대회와 함께 열린 ‘제9회 젊은이 성령축제’는 한국 교회 성령 운동의 희망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세계 각국 젊은이들을 비롯해 전국 각 교구 청년 성령 운동 관계자 1200여 명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서 청년들은 성령 안에서 일치의 기쁨을 만끽했다. 특히 청년들은 안수예절로 지난 시간을 회개하고 새롭게 성령 안에서 거듭나는 큰 은총을 맛보았다.
○… 이번 대회의 절정은 7일 꽃동네에서 열린 군중대회. 2~3만 명 내외가 참석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전국 각지에서 6만 명 이상의 신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성령의 은사에 목마른 신앙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였다. 세계 각국의 성령 운동 지도자들도 이 같은 한국 교회의 열기에 고무된 모습.
미셀 모란 회장은 강연을 통해 “성령의 위대한 능력이 세상으로 흘러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호(전주교구장) 주교도 강의에서 “생명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미사에서 요셉 안젤로 그렉 주교는 강론을 통해 “모든 사람이 존경 받고 사랑받는 세상, 이웃을 사랑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동료 신자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김정수(젬마·대전 도룡동본당)씨는 “성령으로 거듭나는 신앙인, 성령으로 거듭나는 교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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