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그 후 정치적 주장들이 분분하긴 했으나 국민장 중,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들에서 우리 민족의 따듯한 심성과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정치적 목적이나 절대적 지지를 갖고 모인 분들도 있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내면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했음을 미안해하는 글도 남겼다.
근래에 들어 점점 늘어나는 자살들. 자살을 하나의 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자살 사이트.
누군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했다는 유언비어들.
이는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생명 경시사상의 결과로 보이며, 죽음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거나 과오를 속죄할 수 있다는 단편적이고 극단적인 생각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해받지 못한다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힘들어 살아갈 수가 없다고 손쉬운 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택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생각해 본다.
지난 5월 마지막 주일은 교회가 정한 ‘생명의 날’이었다. 주보에 실린 장봉훈 주교님의 담화문에서, “하느님께 맡겨져 있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인간의 손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불경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생명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제 우리는 삶에 대한 진지함을 회복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강건함과 서로를 지켜보며 격려해 줄 수 있는 따듯한 마음들이 필요한 시대다.
가족과 이웃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용서하며, 외롭고 소외받는 이들의 고뇌와 아픔을 같이 나누며, 죽은 다음에 후회하지 않도록 서로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마구 날리는 아름다운 세상이 오기를 기도해 본다.
허민자〈율리아나·제주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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