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은 예수성심대축일이자 사제 성화의 날이다. 특히 올해 사제 성화의 날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의 선종 150주년을 맞아 선포한 ‘사제의 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또 일주일 후인 6월 28일엔 전국적으로 바오로의 해 폐막 관련 행사가 열린다.
지금 우리는 큰 흐름을 하나 보내자마자, 또다시 밀려오는 엄청난 흐름을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보편교회가 바오로의 해를 마치는 시점에 사제의 해를 새로이 시작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톨릭신문도 그동안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열정과 사제직의 본질적 사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하느님을 인류에게 모셔오기’, 이것은 사제의 본질적인 사명이다. 신명기(10장 9절 참조)에서 약속된 땅에 들어선 모든 유대 지파가 제비를 뽑아 거룩한 땅을 나누어 가질 때, 사제 계급인 레위 지파만 아무런 땅을 받지 못했다. 하느님께서 친히 레위 지파의 상속 재산이 되신 것이다. 이는 사제 생활의 참다운 기초, 그 삶의 근거, 생활하는 땅은 하느님 자체라는 것을 상징한다.
그만큼 사제는 인간적 욕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세상의 달콤한 사상, 무비판적 감성, 따뜻함이 없는 이성, 편향된 논리, 필요를 가장한 물질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스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통로로 내 놓아야 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사제의 행동과 말과 존재 방식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이 땅에 현존하시게 될 때 사제는 진정한 증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제는 기도해야 한다. 특히 예수 성심의 초대에 응해야 한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사제들에게 ‘기도의 사도들’이 될 것을 권유했다. “선포하기 전에 먼저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모든 사제직에 대한 열정과 정체성 확립은 교회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다. 그리스도께서 몸소 교회를 사랑하시는 것처럼, 사제는 교회를 사랑해야 한다. 라틴 교회법의 사제 독신제의 신학적 동기, 그리고 독신을 통해 주어지는 하느님의 측정할 수 없는 선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제들은 스스로의 참다운 존재론적 신원을 밝히고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복음 선포에 열심히 임해야 한다. 무엇이 힘든가. 사제직을 위해 기도하는 평신도들이 옆에 있지 않는가.
“조금 후에”라며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한 대로 참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치고 있다”(2코린 5,14).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