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에 있어 소통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느님이시면서 나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나신 예수 그리스도도 당신이 지으신 인간과의 소통을 위해 한없이 자신을 낮춰 세상에 오셨다. 이처럼 소통은 사랑의 존재 방식이다. 주님이신 분의 소통의 결과 인간은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접하고 새롭게 변화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올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고통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뜻을 달리 하는 정치세력들 간의 소통의 부재는 물론이고 같은 뜻을 표방하고 있는 세력들 안에서조차 공공연한 이합집산과 불신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더욱 더 고통스런 삶이 이어지고 있다.
입과 귀, 그리고 눈을 닫았을 때의 난맥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들어 증폭되고 있는 남과 북의 극단적인 대립을 비롯해 전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축, 파괴적인 자연 개발 등은 모두 그 뿌리에 소통의 문제가 깔려 있다.
대통령이 나서 국민 화합을 역설하고 있지만 그 소리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각종 정책이나 상황 대처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은 현실이다. 특히 지난 2월 발생한 용산 참사와 그 이후 정부가 보여 온 모습은 현 정권의 소통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오늘의 현실은 오랜 세월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정권 아래서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숭고한 피와 눈물로 이룩해온 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최고의 지성이라 할 대학 교수들뿐 아니라 종교인들과 고등학생들에 이르는 각계각층에서 소통을 외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이러한 오늘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부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대통령’은 어원상 여러 견해와 주장을 통합하는 사회자?균형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소통하지 않고서는 화합은 고사하고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음을 우리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 곁을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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