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TV 광고가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광고는 흥겨운 CM송을 배경으로 귀여운 아이들이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 주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여학생들이 춤을 추고, 헬스장에서 옆 사람과 손뼉을 마주 치는 신나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음으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은 광고 문구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I am your Energy.”
뉴스 보기 짜증 날만큼 희망보단 우울한 기사로 가득한 요즘 같은 시기에 새삼 자신과 이웃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힘이 될 에너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박수, 미소, 웃음소리, 격려의 말 한마디 등이 떠오른다. 박수라면 힘내라는 말보다도 단번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쉬우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 박수 한 번치고, 한 번 웃고, 격려의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들겠냐고 하겠지만, 필자만 봐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내 삶이 힘든데, 나 하나 살아가기도 벅찬데, 내가 누구를 격려하고 그 사람의 힘이 되어준단 말인가.”
부끄럽지만 그동안 필자의 삶은 이처럼 이기적인 생각들로 가득 찼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이상적인 얘기로만 치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삶이 안정되고 이웃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을 때 그렇게 살면 되겠지”란 말을 되뇌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한번쯤 다음과 같은 이웃이나 동료를 간절하게 필요로 했던 경험이 있을 줄 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때 삶의 방향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 포기하고 안된다고만 생각하고 있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 항상 믿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 힘들고 지칠 때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 오늘 하루도 일할 맛나게 해줄 수 있는 사람….
성경 말씀 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발췌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시기를 빕니다. 그분은 인자하신 아버지이시며 모든 위로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환난을 겪을 때마다 위로해주시어, 우리도 그분에게서 받은 위로로, 온갖 환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십니다.”(2고린 1, 3-4)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사는 모든 신앙인들이 당신께 받은 위로와 사랑을 이웃과 나누라고 말씀하신다. 곧 당신이 우리의 근원적인 에너지이며, 그 에너지를 삶의 무게로 힘겨워 하는 이웃에게 사용해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다른 이들과 희망의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음은 행복한 일이다. 누구나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가족과 친구는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용기와 힘을 주는 든든한 에너지다. 생각만 해도 힘이 되는 하느님과 이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돼버린 가족은 우리 인생에 절대적이요 소중한 에너지다.
좋은 에너지는 함께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법. 이제 생각을 바꾸려고 한다. 동료에게 이웃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조금만 더 다가간다면 모두가 행복해질테니까. 그동안 받으려고만 했던 속 좁은 스스로를 성찰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텔레비전에 이 에너지 광고가 흘러나온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함께 손뼉을 마주 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당신의 에너지를 보내주세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