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저녁 7시 용산 참사 현장. 시퍼런 멍투성이 가슴들 앞에 사제 50여 명이 섰다. 기도밖에 모르는 수녀님 100여 명도 함께했다. 사제가 말했다.
“지금까지는 추모미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시국미사입니다.”
신부님들이 단단히 화났다. 군사정권 때도 상상하지 못했던 미사 강제 중단(5월 29일)과 사제 대상 폭력(6월 21일)을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몇몇 신부들의 며칠 울분 토로로 끝날 일이 아닐 듯하다. 가톨릭교회 신심 행위의 정점인 미사의 현장이 위협받았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서울대교구가 23일 공식 항의서한을 경찰청장 앞으로 보낸 이유다.
물론 상황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배가 난파중이라고, 어떤 이들은 배가 순항중이라고 한다. 대학생 시절, 복역 중이던 당시 임수경(수산나)양으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지금 배에 물이 들고 있습니다. 기도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물을 퍼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말한다. “배가 당장 침몰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일부 파손이 있지만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배는 순항하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도다.”
그러나 용산 문제만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회는 그동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명제를 늘 머리에 이고 살아왔다. 특히 ‘최소한의 주거권’은 역사적으로 가톨릭교회가 가장 먼저 제기한 개념이다. 교회는 그동안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이었다. 교회가 주저하면 희망도 허물어진다.
이날 시국미사에서 사제들이 목에 두른 영대 색깔은 녹색이었다. 미사 전례에서 녹색은 희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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