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입 속으로 가만히 부르기만 해도 목이 메인다. 87세의 어머니는 조금 고집이 있으시긴 하나 인심 후하신 분이다. 3남3녀를 낳아 금지옥엽 자식들만을 위해 평생을 사셨고, 나이 일흔이 되셨을 때는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느냐”며 가진 재산을 다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여생은 자식들이 알아서 잘 보살펴 주실 것으로 굳게 믿으셨다.
척추협착증으로 통증이 심해 운신이 어렵게 되신 어머니는 점점 침대에서 생활하시는 시간이 많아지셨고 급기야는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으셨다. 더구나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 투석을 받으셔야만 할 상황에 이르니 요즘 세상에 어느 자식이 그 시중을 들 수 있단 말인가?
어머니는 침대에만 누워 계시게 되면서,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에 ‘너무 미안하다’며 종종 흐느껴 우셨다. 늙고 병들어 자리에 누워보니 젊어서 너무 자식들에게만 매여 살아오신 것이 후회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늙고 병들어 보지 않은 자식들은 그 서러움을 모르니 할 수 없이 늙어 봐야 철이 들게 될 것이다.
어머니는 신장 투석을 할 수 있는 노인요양원에의 입원을 결정하셨다. 자식들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으신 마음에 어려운 결정을 하셨으나 자식만을 위해 살아오신 인생이 얼마나 허망하셨을까. 이제 사실 만큼 사셨다고 별로 섭섭하지도 않게 생각하는 형제들을 보며 나의 20년 후를 보는 것 같다.
옛말에 젊어서는 남편을 의지하고 늙어서는 자식을 의지하라고 했던가…. 앞으로는 자식들에 대한 짝사랑들을 접어야 하지 않을는지.
비록 집에 모시지 못하는 불효를 범하고 있지만 어머니가 너무 슬프고 외롭게 여생을 보내시지 않도록 자주 어머니께 대한 사랑을 표현해 드려야겠다.
허민자〈율리아나·제주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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