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마르 14,22)
11살. 첫 영성체를 준비하던 때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신다’는 그 떨림과 설렘을 기억한다. 그리고 첫영성체를 하던 날, 신부님께서 ‘받아먹어라’ 건네주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 ‘드디어 주님께서 제 안에 오신다. 두둥!!! 애걔? 맛없다.’ 그것이 주님께서 제 안에 오신 날의 솔직한 기분이었다. 그 뒤로 참 많이도 주님을 모셨다. 때로는 아무 의미 없이 때로는 ‘이것이 정말 주님의 몸일까?’ 의심하기도 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신학교 입학에 대해 고심하던 날의 미사였다. 그날따라 주님은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성체에 대해 마구 생겨나는 의심, 영성체 후에도 느껴져 오는 그분의 부재하심, ‘이런 마음으로 신학교라니….’ 포기하려는 순간 학사님께서 부르셨다. “같이 살자.” 심장이 마구 뛰었다. ‘괜찮다’ 회유하고 계셨다. 그 순간 내 안에 그분이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아무 말 없이 받아 모신 조그만 하얀 밀떡, 내 안에 그분이 그렇게 함께 사셨던 것이다.
“나를 먹는 사람은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7) 그만 사랑하게 되었다. 내 안에 계신 주님을. 그토록 사랑하시던 제자들과의 마지막 밤, 당신의 마지막 몸까지 내어주신 그 사랑이 절절히 느껴졌다. ‘당신을 더욱 믿고, 당신 안에 희망하고, 사랑하게’ 하셨다.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도 나의 서품 성구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행여나 못난 마음과 부족한 정성으로 신자들을 대할 때면 주님은 매일의 식탁에서 ‘다 주지 못하는 사랑’을 나무라신다.
‘주님은 희생되셨으나, 살을 받아먹는 우리는 튼튼해진다. 주님은 피를 흘리셨으나, 그 피를 받아 마시는 우리는 깨끗해진다.’ 내가 희생해야 신자가 산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 미움이 아닌 인정을 주는 것, 힘들어 하는 너를 위해 기도하는 것, 그것만이 사람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쯤 다 드릴 수 있을까? ‘주님, 제 몸입니다. 어여삐 받아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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