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지방선거가 국민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긴 채 끝났다. 경제위기와 정치혐오에 선거운동까지 혼탁해 52.6%라는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는 40%대의 투표율로 나타나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책도 없고 이념도 없는, 그야말로 지역주의만이 선거의 쟁점이 됐을 정도다. 이런 식으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앞으로는 호남과 영남, 충청지역은 빼고 중부이북에서만 선거를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얘기도 나돌고 있다.
전적으로 지역주의에 편승해 치러진 이번과 같은 선거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선거를 지켜본 모든 국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자 바람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번 6ㆍ4 지방선거에서 16명의 광역단체장중 3명이, 232명의 기초단체장중 33명의 신자가 당선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단체장을 백분율로 환산했을 경우 광역단체장중에서는 18%가, 기초단체장중에서는 14%가 신자로 나타났으며 전체 국민의 신자화율에 비교해 볼 때 두배 가량 웃도는 수치다.
6ㆍ4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하면서도 우리가 위안을 받는 것은 신자 당선자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신자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당선됐다는데서 의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사회 속에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사회의 지도자로 뽑혔다는 점에서 위로를 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당선자들에게 당선의 축하와 함께 무거운 책임을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자 당선자들은 소속당이나 총재, 또는 정치생명을 쥐고 있는 사람의 뜻에 좌우돼 나라살림에 참여하기보다는 하느님의 신법(神法)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16세기 영국의 토마스 모어는 국왕이 교황청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합법적으로 이혼하려는 행위를 반대, 끝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지금 국가가 어려울수록 신자 당선자들에 대한 희망과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흑색선전과 지역분열로 생긴 사회적 상처와 함께 국민 재통합 노력, 위기에 처한 경제 회복, 실업자 구제 등 갖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신자 당선자들이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우선하는 노력을 실천해 나갈 때 신자당선자를 보내준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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