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떼가 들어갔다. 「남북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을 안고 남한의 소떼 500마리가 지난 16일 판문점을 지나 북녘땅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끌고 간 이들 소떼의 북한행은 국내외 매스컴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날자 전세계 보도매체에 크게 소개됐다.
소들의 북행 길을 보러 연도에 나온 국민들, 특히 나이 많은 실향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정회장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고향 성묘 길도 하루빨리 열리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백발의 남녀 실향민들의 이러한 모습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의 아픔을 보여주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날 북송길에 오른 소가운데 100여마리는 현재 임신중인 것으로 확인돼 우리네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것은 「8월부터 내년 4월까지 북한에서 2세 송아지들을 연쇄 출산한다」는 또 다른 경사와 더불어 이들 새 송아지들이야말로 남북화해의 씨앗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과 마음들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때마침 오늘 21일 주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남북한의 진정한 화해와 하나됨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도해온 우리 교회도 이번 소떼의 방북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6ㆍ25전쟁 발발 기념일을 기해 지내고 있는 이번 기도의 날은 원한만 되새긴 반세기를 청산하고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
이번 소떼몰이의 주인공 정주영회장 일행은 16일부터 23일까지 북한에 머물면서 금강산개발 등 남북경협을 논의하고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조만간 금강산을 찾아볼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지게 된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굶주린 북녘동포들에게 쌀과 옥수수를 전해오고 있는 천주교회로서도 이번 소떼의 방북에 거는 희망이 적지 않다.
우리는 다양한 계층과 경로를 통한 남북 만남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5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대표단의 방북도 남북한 천주교인들의 직접적인 만남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결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임신한 100여마리의 암소와 함께 북에 간 소떼에게 당부해본다. 『새 주인 북녘동포들과 함께 건강하게 살며 열심히 일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곧 태어날 송아지들과 함께 민족화해와 남북 통일의 꿈도 함께 일궈줄 것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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