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 50주년의 해 막바지에 참으로 의미있는 행사가 개최됐다.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MF시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국제토론회와 주거기본법 입법추진위원회 결성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고 있는 무주택자들에 대한 관심고취 뿐만아니라 「주거권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행사였기 때문이다.
IMF로 경제가 어려워진 마당에 주거복지가 웬말이냐고 반문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집없는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려보도록 일깨워준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는 그만큼 크다 하겠다. 어려울 때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를 가슴 깊이 이해하려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유엔이 정한 세계 무주택자의 해였던 지난 1987년 전세계 가톨릭신자들에게 보낸 회칙 「사회적 관심」을 통해 『주택의 위기와 실업의 위기는 대표적인 사회악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이같은 현상은 그 사회가 경제적으로는 물론이요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병든 징표』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주택난이 해결되지 못하는 사회는 인간의 발전이 이룩되지 못한 사회』라며 『사람이 일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굴욕감은 그 자신과 사회에 대단히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는 지난 고도성장으로 추진되어 온 발전이 과연 제대로 발전되어 온 것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껴안아야 할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신앙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은퇴하신 김수환추기경은 이번 행사 관계자들과 함께 청와대로 김대중대통령을 방문해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설명하고 주거기본법입법을 지원해줄 것을 부탁하는 솔선수범의 모범을 보였다.
김추기경은 또 『2000년 그리스도 강생 대희년의 선물로서 집없는 가난한 이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되는 이 「주거기본법」이 입법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행사는 이제 우리 신앙인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지금, 콘크리트 바닥에서 신문지를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우리 모두 가난한 이들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共感)하는 것이야말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필요조건이자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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