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최근 IMF 1주년을 맞아 시련을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절박한 요청을 담은 담화문「위기를 기회로 삼읍시다」를 발표했다.
담화문은 먼저 오늘의 경제 위기가 초래된데에는 교회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반성을 요청한다. 모든 가치가 재화의 획득에 집중되고 물질주의가 만연할 때 우리는 과연 가난하고 쇠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는 복음적 삶을 실천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담화문은 이에 대해『사실 우리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초래한 정신적 요소들을 방치해왔고 때로는 거기에 편승하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반성은 특별히 2천년 대희년 개막을 1년 앞둔 우리가 과연 대희년의 참된 정신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각자의 개인적 삶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삶을 되돌아 보고 그 안에서 위기를 초래한 요소들을 발견함으로써 쇄신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쇄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랑, 그리고 그 사랑에 바탕을 둔 나눔의 실천이 아닐 수 없다.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인으로서 고통받지 않은 이가 없겠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은 가난한 이웃들일 것이다.
이는 여러 통계와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두 끼 먹어 하루를 나던 가난한 이웃이 이제는 한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담화문은『배고파하는 이웃, 울고 있는 이웃과 함께 아버지께로 나가자는 순례자의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간지기하고 실행할 때,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담화문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위기의 원인을 국내적 요인 뿐만 아니라 국제경제질서의 구조적 모순에서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유시장경제체제자 가져오는 문제들에서 위기의 외부적 원인을 찾고 있다. 아울러 경제적 선진국의 도덕적 책임과 함께 자본의 논리만 관철되는 국제경제질서를 통해서는 결코 인류고동선의 가치가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중진국은 자국의 노력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국제적 투기 자본의 규제, 외채탕감, 국제 경기 부양책 실시 등은 경제 선진국들의 자발적이 협력과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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