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예측에 IMF 한파가 더해져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더 막막한 겨울나기가 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11월 25일 인천에서는 뜻깊은 자리가 있었다. 이른바「1만 세대 실직 가정 겨울나기 사랑의 쌀 모으기」출범식이다. 인천 지역의종교계와 시민단체, 관공서 관계자들과 언론계 인사들까지 사회지도층이 모여 실직 가정의 겨울에 조금이라도 온기를 전해주고자 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할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인천 지역의 실직자 중 가장 형편이 어려운 1만 세대에 겨울나기 식량과 난방비를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천교구내 본당들은 1만 세대의 겨울나기 식량 2,250가마 중 770가마, 1,867가구를 위한 쌀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운동에서 두 가지를 주목하고자 한다. 하나는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해 모든 벽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쌀 나누기 동참자 중에는 천주교 등 종교계는 물론 실업극복국민운동, 민주노총, 새마을운동협의회, 농협, 은행, 대형 매장, 아파트단지 부녀회, 기업, 지역 인사 등 지역의 사회 지도층을 망라하고 있다. 인천방송과 인천신문도 참여하는가 하면 자체 6백20억 원 예산을 실직자를 위해 집행하는인천시도 적극 지원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구호 대책이라는 점이다. 실직자 문제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사회 문제이다. 국지적인 대책이 아니라 전면적이고도 포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와 민간단체들이 손을 잡고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구호에 나선 것을 보는 일은 참으로 흐뭇하다.
물론 일시적인 긴급 구호 차원의 쌀 모으기 운동이 실직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소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의 국가적 대안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막아줄 따뜻한 잠자리가 없는 이들에게 그나마 겨울 한철을 날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사랑의 실천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여기서 인천 지역의 한 성당에서 서작돼 전국으로 확산된「사랑의 쌀통」, 그 기적이 다시 한번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어떤 형태라도 좋다.쌀도 좋고 김치도 좋고 옷가지를 모아 전해주어도 좋다.
배고프고 추운 이웃에게 따스한 사랑의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이러한 사랑의 나눔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고대한다. 이미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나눔 운동이 될수 있으면 빨리 확산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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