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에 의하면 경제난과 구조조정에 밀려 실직하거나 도산하여 경제적 사회적으로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해 버린 가장들이 가정에서까지 버림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IMF이혼」이 급증하여 이혼율이 몇 해전보다 새로 늘어나고 있고「IMF고아」가 고아원마다 만원이란다. 실로 가슴아픈 일이나 또 한편 생각해 보면 살림이 어려울수록 가족간에 서로 힘을 합치고 격려하며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하여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함이 기본 상식이요 윤리이거늘「돈」못 벌어온다고 이혼하고 자녀 양육까지 포기한다고 하니 세상 끝까지 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사람을 상대로 결혼한 것이 아니고 월급봉투나 재산과 혼인한 것일까? 물론「생활능력」이 혼인의 중요한 조건의 하나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행복의 모든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점점 이혼율이 높아가는 이유 중의 하나는「좋아함」(好)과「사랑함」(愛)을 혼동하고 쉽게 혼인한 데서 비롯된 비극이 아닌가 싶다.
「좋아함」은 다분히 조건이 따르고 한시적이요, 물질적이며, 감각적이라 할수 있다. 예컨대 미모에 연기력이 뛰어난 인기 높은 탤런트나, 연전연승하는 운동선수를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그러나 경기에 계속 패하거나, 오랫동안 출연을 하지 않은 배우는 곧 잊어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다른 선수나 연예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좋아는 하였지만 사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사랑함」은 이와는 엄연히 다르다. 상대의 좋은 점이 소멸 되었어도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마음쓰고 애틋하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다. 배우자가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어 불구가 된 것 때문에 그를 더 극진히 보살피고 그를 위해 온갖 희생을 기쁨과 보람으로 여김이 사랑인 것이다.
남북으로 갈려진 신혼부부가 50여 년이 지나도록 재혼을 아니하고 새록새록 아내를 그리워하는 80여 세의 노인의 모습에서 숭고한 사랑의 원형을 찾을 수 있기에 뭉클한 감동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은 무조건적이며 희생이 앞서는 정신적인 것이라 하겠다.
남편에게 장기를 떼어주려고 하였으나 맞지 않아 다른 이로부터 장기를 기증 받아 남편을 살리고는 대신 자기의 장기를 남에게 떼어 준 아내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가톨릭에서 혼인성사때 신랑신부는 하느님과 주례 사제 그리고 부모와 친지 앞에서「나 ○○는 당신을 내 아내(남편)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합니다」라고 맹세한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하여 엄숙하기 이를데 없는 결혼식이 올려진다. 가톨릭에서 이혼을 엄격히 금하고 있음은 인간의 행복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요, 배려인 것이다.
건널목에 신호등이 있음은 자유를 구속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함이요 교회에 이혼 금지 규정이 있음은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함이 아닌가?
한 때「아직도」 시리즈에「아직도 조강지처와 사느냐?」란 농담이 유행하였다. 「묻지마 관광」이란 것도 있단다. 이름도 나이도 주소도 신분도 아무 것도 모른 체 남녀가 짝지어 하루를 즐기고는 헤어져 아무 책임도 안 진다는 것이다.
최근「폰팅」이 유행하고 있는 청소년을 탈선하게 하며 독방에서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근 어린 것들이 컴퓨터 앞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부모를 속이고 음란물 속을 헤엄치고 있다고 한다. 성도덕의 타락으로 쉽게 이혼해 된다는 사회풍조가 가져온 결과이다.
한 번 이혼한 사람은 재혼하여도 다시 쉽게 이혼하게 된다. 사랑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이혼한 부모를 둔 자손은 부모의 사랑과 가정교육을 못 받은 체 일그러져 사회의 어두운 구석으로 밀려나고 불행은 대대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이혼은 자신들 뿐 아니라 자자손손이 그리고 사회와 국가에 불행을 가져다 주는 큰 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가정이 가장 기초가 되는 공동체이므로 가정이 건전하여야 사회가 건강하고 국가도 튼튼한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우리 교회가 철없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의 의미와 이혼의 부당함을 일깨우도록 나서야 한다. 입교한 이들에게만 혼인 교리를 가르쳐 주는 소극성과 안이함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 계몽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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