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방영되는 한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에서는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진 남녀 개그맨이 우스꽝스런 얼굴표정으로 북한 사투리를 그럴싸하게 구사하는가 하면 몹시도 바빠보이는 과장된 몸동작으로 북한에서 유행하는 가요 「반갑습니다 」를 열창하는 것을 볼수 있다.
연출자의 기발한 발상과 출연자들의 뛰여난 연기는 절로 웃음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특히 다른 유사한 프로와는 달리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 실태를 알려주겠다는 나름대로의 의도마저 엿보이는 재미있는 프로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 프로에서도 역시 북한주민은 어설프게 똑똑하며(?) 약간은 모자란 듯 맹랑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프로의 기본목적과 취지가 유명 개그맨을 등장시켜 삭막한 우리네 마음에 잠시나마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겠다는 데에 있다는것을 모르는바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유사한 코미디프로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주민을 희화화시킴으로써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 실태를 알려주겠다는 나름대로의 의도를 희석시키고 말았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부간 관련 정보 및 자료의 폐쇄성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 북한을 인식, 이해하게 된다. 따라 서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이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는 역할을 적극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지양해야만 하며, 이는 특히 방송에서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시정되어야 할 것은 코미디 프로에서 크게 왜곡 저질화시키는 경향이다.
북한을 소재로 한 코미디 프로에 등장하는 북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지능지수가 모자라 유치한 사고를 하며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고, 엉뚱한 발상이나 하는 고집이 센 인물로 거의 전형화되어 있거나, 아니면 억척스럽고 정서적으로 메마른 비인간적인 이미지를 나타낸다. 또한 북한 사람의 순박함과 인정은 촌스러움으로 묘사되기도 하며,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의 북한 사투리와 북한 노래는 마치 북한 문화의 열등함을 애써 강조하려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이다.
이와 같이 북한 주민들을 경제·문화적 수준이 낮고 먹을 것에 굶주려 비굴한 태도가 몸에 배인듯 묘사하는것이 과연 남북간이 이질화 극복 및 동질성 회복을 통한 상호 이해와 신뢰구축에 어떤 도움을 줄수 있겠는가?
탈북 귀순자들의 공통된 지적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는 북한 사회와 북한 주민에 왜곡된 이미지, 그리고 북한 실상에 대한 무관심과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남쪽 사람들이 북한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틀린 얘기가 아니다. 사실상 우리는 북한 관련 정보의 폐쇄성, 북한 이해를 위한 대국민 교육의 부족, 북한 연구자들간의 보수·진보의 갈등 등으로 인해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때로는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통일의 과정에서는 물론 통일 후 남북간이질화 극복과 동질성 회복을 통한 남북한 내적통합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상을 바람직하지 못하다.
통일에 대비해 이제는 북한 실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북한 실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위해서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는 우리 국민의 북한 에 대한 이질감을 해소시키고 남북간 상호 이해와 신뢰구축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북한의 정확한 실상을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방송에서 이른바 인기가 있는 오락성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희화화하여 전달하거나 북한주민을 부정적으로 전형화하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북한 실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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