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가를 국민국가라 하는 것은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의 하나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국민을 보호하는 데는 국내에 있는 국민이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 그것을 보호하는 것이 있고, 외국에 있을 때 그들이 불리한 조건에 있으면 그를 보호하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나라에 전쟁의 기미가 보이면 모든 나라는 자기의 국민을 그곳에서 안전한 곳으로 철수시킨다.
국민을 보호하는 나리에서 모범적인 나라가 미국일 것이다. 미국은 산 사람은 물론 죽은 사람의 시신까지 가능한 한 모두 거두어 들이며 시신을 찾고 운반하는 데 그 비용이 얼마이든 경비를 아끼지 않는 것을 보면 미국은 참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모범 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일간지에 우리 나라 6.25전쟁의 포로 생존자 136명이 북한에 있다는 발표를 하였다. 우리 나라는 전에 80명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136명이라는 숫자는 최근에 귀환한 자와 귀순자의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라 한다.
이러한 수를 파악하기 전 80여 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간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4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정권이 몇 번 바뀌었으면서도 우리 정부는 무엇 때문에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서야 이런 수를 밝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전쟁이 끝나면 국가는 바로 포로를 교환하고 우리의 경우 남한도 북한도 거부하고 제3국을 택한 포로들이 남미의 브라질에 간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북한에 국군포로가 생존하고 있었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지껏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그리고 이제야 이들을 거론하고 이들을 미전향 장기수와 교환할 의사가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북한에 국군포로가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지껏 침묵하였다는 것이 국가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며 이것만으로도 격분할 노릇이다. 이들의 교환을 위하여 미전향 장기수와 교환할 의사가 있다고 하는 것은 더욱 실망감을 준다. 교환할 조건에 해당하는 장기수가 없다면 국군포로는 거론도 안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든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의 의무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국군의 포로라는 신분으로 북한에 있다면 그들에 대한 북한의 박대가 심할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존재하기에 고생하고 이들을 고생시키는 북한 당국에 말 한마디 않는 우리 정부가 야속하면, 이것을 모르고 우리 국민을 괴롭히는 북한을 돕는 우리 민간인도 반성하여야 한다. 물론 북한 어린이가 굶주리는 것이 더 급하기에 그들을 돕는다고 말할 수 있으나 최소한 대한민국 사람이기에 고생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언급이 있은 연후에 북한의 어린이 그리고 굶주리는 사람을 도와야 할 것이다. 기독교적인 사랑에 국경이 있을 수 없고 원수까지 사랑해야 한다고 하지만 최소한도 우리와 우리 다음에 오는 순서가 있어야 하고 우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이에 덧붙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로서 그리고 국가의 국민으로 생각하여야 할 문제의 하나가 일본에 있는 전후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들이다. 우리는 정신대에 끌려간 할머니만 생각하지만 태평양전쟁에 군속으로 강제징집을 당하여 전선에 끌려가 부상을 당한 사람이 아직 살아있으며 이들이 일본인이 아니기에 일본의 상이용사대우에서 제외되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처지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6.25전쟁 이전의 전쟁에서 희생된 한국인이기에 한국이 이들을 위하여 모금을 하고 이들을 도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국가가 무엇인가, 국가가 국민을 위하여 무엇을 하여야 하나를 반성하여야 한다. 국가가 그것을 깨닫지 못할 경우 그것을 알려주어야 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그들을 위하여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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