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인 아내와 나는 18년동안의 결혼생활동안 해결하지 못한 생활습관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차이는 겉으로는 아닌체 하면서도 서로 은근히 상대방을 낮추어 보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아내는 목욕수건을 샤워꼭지 밑에 걸어놓기를 원하고, 나는 다른 장소에 놓았다가 샤워를 할 때에만 사용하기를 원했는데 아침에 출근하는 내가 샤워를 할 때에는 그것이 언제나 샤워꼭지 밑에 걸려 있었고 나는 늘 그것을 내팽개치다시피 던져 버리곤 하였다. 물론 그 샤워수건은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샤워꼭지 밑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샤워를 하는데 문제의 목욕수건이 당연히 있어야 할 샤워꼭지 밑에 없었고, 아내가 샤워를 한후 나를 위하여 그것을 치웠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된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상대방을 생각하여 몇십년 고집해오던 생활습관을 포기한 아내의 성숙한 마음의 표현이었고 그 마음을 읽은 뒤로 나는 부끄럽고 미안하여 샤워후에는 목욕수건을 어김없이 샤워꼭지 밑에 걸어두게 되었다. 그이후로 우리 부부가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무슨 일에나 상대방의 감정을 보살피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의사중심의 전문적인 전통의료에서 방향을 조금 바꾸어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여 따라줌으로써 비록 치유될 수 없는 질환을 가졌으나 인간으로서의 환자의 존엄성을 끝까지 존중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님이 불러가시는 그 시간까지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고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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