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보면 어느새 미사리를 지나서 팔당대교를 향하게 된다. 그 길을 따라 한강쪽으로는 지금 단풍이 한창이고, 그 단풍이 강 건너 산에 물들어 있는 형형 색색의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어 가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여러 색깔의 단풍 중에서도 은행나무의 화려함이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듯하다. 은행나무의 황금색 단풍은 잎이 나무위에 만개해 있을 때에는 마치 한껏 흐드러지게 차려 입은 여배우 같고, 나지막한 은행나무에서 낙엽이 대부분 떨어지고 얼마 남지 않은 황금빛 잎들이 반짝일때는 마치 기품있고 단아한 노부인을 보는 듯 하다. 머지 않아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겨울에는 모두 잊혀질 테지만….
우리나라에서 1년에 사망하는 말기암 환자의 수는 약 5만 명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그분들 대부분이 고통스러운 증상을 가지고 있고 적절히 조절되지 않으면 인생의 마지막을 처절한 어려움 속에서 보낼 우려가 있다.
다행히 최근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활발해지고 말기 암환자들에 대한 의료인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나서,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전통 의료에서 자칫 잊혀지기 쉬웠던 말기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증상을 조절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편안하고 행복하며 의미있게 보낼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황금빛 단풍을 반짝이는 은행나무처럼.
아침에 출근하려고 차 문을 열다가 차안에 가득 차 있는 향기에 놀라게 되었다. 아내가 차안에 모과를 몇 개 넣어둔 탓이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내 코 끝에 , 잊혀진 계절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깨우쳐주려는 아내의 사랑의 향기가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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