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한국 풍경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무엇일까. 들고 다니는 전화 이른바 이동전화기라고 하는 휴대폰을 든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쯤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 가히 폭발적이라 표현해도 좋을 이동전화기의 증가는 요 몇 년사이에 우리 삶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았다.
초등학생들의 필수품이라고 비아냥대는 매스컴의 입방아가 아니더라도 기저귀를 미처 떼지 못한 아기들까지 이동전화기를 소지할 날도 그리 멀기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로 우리 삶 가까이 다가온 휴대폰,사실 휴대폰이 주는 유익함은 상당히 많다. 끝없이 늘어선 차량의 물결로 꽉 막힌 도로위에서 휴대폰은 아주 손쉽게 그리고 당당하게 그 위력을 발휘한다. 마치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을 연상케 하는 추석과 설 연휴, 차량을 끌고 고속도로나 국도위로 나선 사람들에게 휴대폰은 「효자폰」 구실을 톡톡히 한다.
보고싶은 손주가 예상 시간보다 도착이 늦을 경우 휴대폰 전화 한통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걱정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 드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풍토속에서 휴대폰은 실제로 「효자폰」이 되기도 한다.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부모들에게 휴대폰은 유사시 비상용 연결망, 핫라인이 될 수도 있다.
여러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출동하는 대규모 이동행사시 휴대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어느 길을 타는 것이 빠른지, 어느 휴게소에서 언제 쉴 것인지 순간 순간 정보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무의 개념이 달라져버린 상황 속에서 휴대폰은 언제나 어디서나 비서딸린 사무실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가 있다. 이른바 전천후 사무실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쪽같이 나누어 써도 모자라기만 한 시간, 휴대폰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절약에 얼마쯤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시간들을 하나로 모은다면 이동전화 사용으로 인한 국가적 이익은 대단할 수도 있다.
요즈음은 이동 전화기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의구심마저 들 정도가 되었다. 휴대폰이 우리 삶 자리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대단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유용한 휴대폰이 늘어나면서 미운 짓을 할 때도 많아졌다. 회의를 할 때나 세미나 심포지엄등에서도 휴대폰의 벨소리는 예사소리가 되어버렸고 심지어 좁아터진 비행기내에서도 벨소리는 울어대기 때문이다. 이 착륙시 안전을 위해 전원을 꺼 달라는 승무원의 안내 정도는 아예 자장가쯤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목숨을 담보로 한 대화내용이라는 것을 들어보면 거의가 비슷하다. 『여보세요. 너냐? 나다. 밥 먹었냐?』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내용은 굳이 옮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밥 먹는 것을 끼니를 떼우는 일로 여길만큼 어려운 시절에서 보면 중요한 대화가 틀림이 없기는 하지만 글쎄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의 이같은 양상이 최근에는 상당히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
휴대폰이 「못된」 위력을 발휘하는 곳은 또 있다. 바로 야간 열차안이다. 일정한 공간이 정해져 있는 기차안에서 울리는 휴대폰은 소리도 크려니와 한밤중일 경우 통화내용은 중계방송을 듣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쯤이면 야간 열차를 타고 새우잠이라도 청하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휴대폰 소리를 「악마의 소리」로 여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휴대폰 벨 소리가 참으로 징그럽게 느껴질 때가 따로 있다.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에 울려퍼지는 휴대폰 벨소리가 그것이다. 미사중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휴대폰의 벨소리, 그것도 거양성체를 할 때 울리는 벨 소리는 징그러움 그 자체다. 물론 이것도 최근에는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이동전화, 휴대폰은 벌써 우리들 삶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아 버렸다. 그 편리함에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그 편리함을 외면할 용기는 이제 없다. 이 문명의 이기를 진정 우리의 벗으로 우리 곁에 오래 오래 잡아두고 싶다면 그 편리함을 선별해 쓰는 자격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물론 「나」부터 말이다.
문명의 이기는 그것을 선용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값어치가 있음을 역사가 이미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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