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하릴없이 분통터지는 노릇 가운데 하나가 텔리비전의 시사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이다. 각 방송사가 앞다퉈 새삼스런 일인양 우리의 「공복」이나 「지체높은 분」들의 온갖 비리를 들쑤셔 시시콜콜 보여주기 때문이다. 총풍이니 세풍이니 하는 것에서 이권이라면 무조건 덥썩 무는 국회위원들, 브로커 풀어 돈되는 사건을 「들이」하는 변호사에다 세무 공무원 10여 년에 200억 굴리고, 건축관련 공복은 공사감리하듯 현장 「떡값수금」에 나선다. 시민이 잡아다 준 악덕 업주마저 풀어주는 경찰, 하다 못해 선생님도 족집게 과외로 목돈을 챙긴다.
하이에나(hyena)는 TV의 「동물의 왕국」같은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한다. 생긴 모습이 뭉뚝한 늑대같은 이 희한한 짐승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주로 분포하며 맹수가 먹고 남긴 썩은 고기를 먹어치우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 말고도 염소나 양, 토끼 같은 「송사리급」동물들을 직접 사냥해 생고기를 즐기기도 한다. 사자나 호랑이 급 이하 짐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하이에나의 먹이사슬 휘하에 감금된 꼴이다. 천성적으로 실상을 못하는, 풀만 뜯어 먹으며 올망졸망하고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힘없는」 동물들에게 있어 하이에나는 치가 떨리는 존재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언젠가 그 칙칙한 동물의 입에다 자신의 육신(肉身)을 공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정글의 「껄떡이」하이에나는 겅중겅중 뛰는 걸음걸이로 오늘도 정글을 누빈다.
사람사는 곳을 흔히 「생존의 정글」이라 부른다. 정글에도 등급이 있다면, 우리의 대다수 토끼같은 국민들은 유독 하이에나가 많은 살벌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이에나 패거리는 이미 자체 방어 능력까지 갖춘 「난공불락」의 성을 쌓은 듯 보인다. 문제는 그 많은 하이에나를 잡아 가둘 수 있는 힘이 토끼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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