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 천주교회의 대희년 준비를 위한 전국 대표자 모임이 의정부 한마음 수련장에서 있었다. 대희년 주교 특별위원회 주교님들과 준비본부 그리고 각 교구 대희년 담당 신부님들, 실무자, 수도회 대표 및 평신도 단체 대표 등 70여 명이 함께 모인 중요한 자리였다.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일년에 두번씩 소집되고 있는 전국 대표자회의는 이번이 4번째. 대희년이란 주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중요한만큼 이 회의에서는 교구와 수도회 단체들의 의견과 요청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그과정들속에서 혹자는 만족을,혹자는 아쉬움을 각 각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결론이 나곤 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또는 마무리할 때 참가자들의 표정을 보는 일은 안타까우면서도 조금은 재미가 있다. 항상 무엇인가 더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또는 더 얻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의 조각들이 그 표정속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매번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정확히 짚어 내기는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선 대희년을 대하는 참가자 각자의 책임감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회의는 대부분 한 교구를, 한 수도회를, 한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었고 따라서 참가자들은 대희년에 대해 무엇인가를 반드시 얻어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라면 한국교회의 정서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굵직한 일들은 각 단위 조직의 자발적, 창의적 활동에 의해 수행되기 보다는 중앙 조직의 결정과 지휘에 따르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대희년이라는 엄청난 주제를 놓고 펼치는 이번의 회의들 역시 반드시 무엇인가를 공동으로 창출해 내고 결정을 하는 쪽으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대희년 준비를 위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미 한국교회는 그간의 대표자 회의를 통해 또 주교특위와 주교회의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희년을 맞기위한 아주 중요한 기본적 방안들을 제시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새날 새삶」운동이 그것이다. 대희년 대표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모은 준비 자료들이 주교 특위의 논의과정을 거쳐 「새날 새 삶」운동에 대한 주교회의의 담화 및 자료집등으로 전 신자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이미 보도가 된 바 있지만 「새날 새삶」 운동은 2천년 대희년을 맞이하여 모든 신자들의 희년 정신에 따라 살아가도록 제시된 삶의 실천 방안들이다.
삶의 실천방안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운동은 지향 자체가 현실적이다. 「나부터 새롭게」 「참된 가정 이루기」 「좋은 이웃 되어주기」 「함께 가요 우리」 등 네가지 기본 틀을 모태로 나온 실천방안들을 보면 「새날 새삶」 운동이 가고자 하는 바가 그대로 담겨져 있음을 알수가 있다.
언뜻 보면 아주 일상의,그래서 하찮은 일들로 비춰지는 이 지침들은 우리가 만일 신실한 신앙인들이라면,아니 한 사람의 참된 인간이라면 이미 살아가야할 삶의 방향들이고 내용들이라 생각된다.
이들 내용은 대표자 회의가 처음부터 제안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항들이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작은 사회질서가 무시되고 신앙인의 기초조차 지켜지지 않는 우리 사회와 교회의 풍토속에서 우리가 함께 바라는 희망사항일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주어진 지침을 우리 각자가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살아야 하고 가족과 공동체가 그렇게 살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 일은 교구와 본당,단위 공동체의 몫이다. 『모든 일을 기도로 시작하는』 아주 작은 일조차 실천하지 못하면서 희년이 내게 기쁨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교회는 교회 공동체가 희년의 기쁨을 함께 할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속한 이 사회와 희년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선언적 의미의 목표를 설정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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