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금강산 관광이 실현되려는 모양이다. 요즈음 한창 신청객 접수를 받고 있고 내주쯤에는 금강산 유람선이 출항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말 어쩌다 한번 텔레비전 화면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한』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직접 가서 보고 만질 수 있게 되었다.
금강산 관광이 실현되어 가는 것을 보는 실향민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들리는 바로는 금강산 관광을 신청한 실향민들의 수가 예상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지난 여름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을 갈 때에 많은 실향민이 나와 「소만도 못한」 자신들의 처지를 슬퍼하며 눈물 흘리던 것으로 미루어 보면 금강산 관광에 실향민들의 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예상외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금강산도 고향땅 인지라 꼭 한번 가보고 싶지만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어서 엄두를 못내는 실향민도 적지 않을 테고, 아니면 비싼 경비가 소요되는 금강산 관광이 결과적으로는 미운털 박힌 북한당국을 도와주는 셈이 되지 않느냐는 이유 때문에 신청을 하지 않는 실향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짐작컨대 어쩌면 실향민들에게 있어서는 금강산 관광이 오히려 실향과 가족이산의 슬픔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로 인식되기 때문에 신청을 망설일 수도 있으면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어렵사리 선택(?)을 받아 북한을 다녀온 몇 안되는 사람들은 금강산의 절경을 말하기를 감동 그 자체, 설레임과 흥분의 연속이었다고들 한다. 수십년 동안을 두고 온 가족과 친척, 고향산천을 그리며 눈물로 지내온 남북 이산가족을 생각한다면, 이제 그 감동과 설레임, 그리고 흥분은 남북이산가족의 상봉 및 재결합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이름하여 금강산 관광사업이 금강산의 절경을 보고 오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남북이산가족 상봉ㆍ재결합사업으로 이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남과 북의 이산가족이 다시 만나 하나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 본능의 발로이며 정치ㆍ이념 및 제도를 뛰어넘는 인륜 및 인도주의의 문제이다. 또한 남과 북의 이산가족이 하나되어 사는 것은 인간의 천부적인 기본 귄리이며 인간존엄성의 구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오랜 세월을 기본 인권을 상실한 채 살아온 이산가족들로 하여금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당위적 당면 과제라 하겠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남북이산가족 상봉 및 재결합의 의의를 아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의 몇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 본래의 하나가 된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합당한 당위적인 것이다. 혈육은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없으며 헤어져서는 안된 다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이고 전통적인 가치지향이며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정도의 것이다.
둘째, 이산가족 상봉 및 재결합 추진은 인권 및 인도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중요 사안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화해의 상징이고 남북관계 개선의 징표로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할 때 남북이산가족의 상봉 및 재결합 추진은 그 자체가 평화통일의 방법이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고령화와 사망으로 인한 이산 1세대의 감소추세로 미루어 볼 때 남북이산가족의 상봉 및 재결합 추진은 보다 더 적극화되어야만 한다.
이산 1세대가 겪고 있는 이산으로 인한 고통과 한을 공감할 수 없는 후세대들에게는 북한 거주 가족ㆍ친척과의 상봉 및 재결합이 절박한 문제일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는 남북이산가족 문제의 본질 내지 중요성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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