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미국 주교회의와 함께 최근 최빈국들의 외채 문제를 다루는 「국제차관회의」를 개회했다. 이 회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 주교회의측에 요청해 성사된 것이다.
저개발국의 외채 문제는 국가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엄청난 부담이다. 잠비아의 메다르도 마좀브웨 대주교는 회의에서 아프리카 각국의 비참한 생활상과 함께 과중한 외채가 국가생활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그에 의하면 사하라 이남 2억6천만 인구는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그들 중 절반이 깨끗한 물이나 의료 서비스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외채의 부담으로 학교와 병원들이 문을 닫아 그 파급효과는 전쟁을 치른 것만큼이나 파괴적이다. 잠비아에서는 만성적인 외채와 인구의 85%가 절대빈곤 상태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외채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국가적 안정이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외채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감당하지 못하는 외채는 탕감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 스스로도 여러 차례 이러한 뜻을 표명한 바 있다. 가난한 나라들의 외채를 탕감해주는 것은 경제적인 필요성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의무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가 주목받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냉혹한 국제 경제 안에도 경제 논리만이 아니라 윤리적, 사회적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회의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외채 문제에 대한 책임은 채무국만이 아니라 채권국도 나눠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빈국의 외채 탕감 운동은 교회 안팎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현재 지고 있는 빚을 탕감해준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된다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구체적으로 어떤 길을 통해서 이러한 취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기에 길은 멀고 험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선진국들의 정치적 의지이다. 가난한 나라의 수억 인구의 삶과 희망을 파괴하는 외채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선진국들의 연대 정신과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노력이 가장 효과적인 외채 문제의 해결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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