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름이 일반명사를 만드는 재료로 쓰여지는 사례는 동서고금을 통해 비일비재하다. 정신적으로 지순한 사랑을 나누는 이성애(異性愛)를 철학자 플라톤의 이름을 따「플라토닉 러브」라 부르는 것이 그 한 예다. 우리말에도 이런 사례는 흔하다. 어촌인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서방이 잘 잡았던 고기라 해서 「명태(明太)」라 이름 붙인 것이나, 임연수 (林延壽)라는 어부가 출어만 했다 하면 뱃전 그득 잡아오는 고기를 「임연수어」 (林延壽魚: 「이면수」라 불리는 그 고기다)라 명명했던 실례가 그것이다.
최근 발행된 미국의 시사 잡지 「포브스」에는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의 이름이 삽입된 신조어 하나를 소개하고 있다. 「클린터네스크」(clintonesque).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클린턴 방식(方式)」이고, 그 뜻은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이 란다. 클린턴이 증언한 『오럴섹스는 섹스가 아니며, 단지 「부적절한 관계」일 뿐』 이라는 말장난에서 이 신조어가 생긴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를 웃긴 신조어 「클린터네스크」.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의 「빤한 거짓말」도 결코 그에 못잖다. 질적으로 따지자면, 우리 정치인들은 클린턴의 그것보다 훨씬 저질일지도 모른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에 달하는 뇌물을 「떡값」이라는 용어로 두리뭉실 넘기는 후안무치, 우리 국민은 분노의 단계를 넘어 「도덕성 면역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최근에 드러난 또 다른 진실 하나는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많은 국민(2만 명이란 주장도 있다)이 「감청(監廳)」이라는 합법화된 용어로 개인 간의 통신 비밀을 공공연하게 유린, 도청(盜廳)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보다 더한 「정치적 속임수」가 정부 당국에 의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감청」에 비하면 「클린터네스크」쯤은 오히려 살갑고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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