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이 깊은 할머니가 있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그만 다른 이들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몰랐다. 혼자서만 성당에 가고 혼자서만 기도를 하였지, 도무지 이웃들에게 예수님을 전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웃들을 세속적이라고 무시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할머니는 꿈을 꾸었는데, 자신이 죽어 그렇게도 바라던 천국에 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웃들은 모두 지옥에서 고생을 하고 있기에 내심 고소하기까지 하였다.
천국에서의 생활이 좋기는 하였지만 심각한 문제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혼자 산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외롭고 심심할까? 지옥을 내려다보니 이웃들은 뜨거운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그래도 함께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듯이 보였다. 얼마 후 지옥에서의 생활이 부러워지기 시작한 할머니는 하느님께 간청을 하였고, 결국 자신도 지옥에 가서 이웃과 함께 어려움을 나누며 지냈다는 꿈 이야기이다. 이 경우 과연 어디를 천국이라 할 수 있나?
길을 가다보면 가끔「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리고 쓴 피켓부대를 만날 때가 있다. 즉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천국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다고 지옥에 간다는 뜻으로 개인주의 신심을 내포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이를 함께 구원하시려 하신다. 그렇다면 구원이란 무엇인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단지 죽어서 천국에 가기 위함만인가? 현세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성실하게 살아도 단지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천국에 가지 못하는 것인지.
우리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하여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이나 양심대로 사는 이들도 구원가능성이 있다고 언명하였다. 그 이후 선교열이 많이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비그리스도인들 역시 구원 받을 수 있다는데 힘들게 선교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원을 받는다」와「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차이가 있지 않을까? 비그리스도인들의 구원도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의 은총에 의한 것임에 주목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유일한 구원자이시기 때문이다.
구원이란『현세에서 시작되지만 영원 안에서 완성되는 초월적이고 종말적인 구원』(현대의 복음선교27항)으로서 전인적(全人的)구원을 말한다.
죽은 다음 영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것이기에 현세의 삶도 중요하다. 그러기에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발전을 위해 가톨릭교회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우리가 죽은 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초월적이고 영원한 생명을 얻음으로써 구원이 완성되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준비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 자신이 알아서 구원을 얻도록 방관만 할 것인가? 한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복음을 전하는 목적은 단지 그들이 세례를 받고 교회에 나오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고, 보다 많은 이들의 사고방식, 양심, 문화 등을 복음의 힘으로 변혁시키기 위함이다.
믿지 않는 이들이 지닌 가치관이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때로는 진리에 어긋날 수도 있다. 이런 가치관으로 아무리 성실히 산다 하여도 그 결과는 너무나 명백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결과에 대해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가치관의 상실로 인해 모든 것에 대한 회의와 불신, 냉소주의가 만연해 있다. 이럴수록 우리 이웃들이 참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제시해주어야만 한다.
우리 천주교신자들은 그래도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으로부터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친교를 나누고 정작 이웃에게는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보이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어느날 우리 각자가 천국을 혼자 지키는 꿈을 꾸는 것이나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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