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에 의하면 최악의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3D업종 기피 현상은 여전하여 공장에 취업하기보다 뱃속 편케 날품팔이 쪽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태풍에 쓰러진 벼에서 싹이 나와 농부들은 일손이 없어 발을 구르지만 도시의 거리에는 할일없이 노는 이로 넘치고 있단다.
육체노동 천시 풍조와 직업의 귀천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는 때문은 아닐까?
공부를 게을리하는 자식에게 『커서 땅 파먹고 살려느냐』고 꾸짖던 생각이 최근에는 힘든 일 못하는 것이 무슨 큰 자랑이라도 되는 듯이 비춰지는 TV프로로 바뀌어 근로의 소중함을 회화시킨 영향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에 있는 초등학교에서까지 작업시간은 없어졌고 저학년 교실청소는 자모들 몫이 되었으며 버스나 전철에서도 노인은 서서 갈지언정 아이들은 앉혀놓는 진풍경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도 더 일을 싫어하고 편한 것만 찾아 신체 균형감각이 무디어지고 조정력이 약화되어 자기 몸을 지배하지 못하고 툭하면 넘어지고 뼈도 잘 부러지는 약골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이만큼이나마 발전시킨 것은 세계적으로 드높은 교육열 때문이라는 견해도 인정한다. 그러나 실상 그 교육열을 들여다보면 출세열이 더 컸으며 편히 먹고 살게 하겠다는 일그러진 교육열이 창의와 노작을 경시하게 하여 경제파탄의 원인(遠因)이었음도 인정해야 한다.
천주교회가 이 땅에 세워지면서 근 100여년간 수만명이 순교한 이유중의 하나도 가톨릭의 만민평등 사상으로 일하지 않고 노비를 부리던 양반층의 기득권 세력이 자기 수호를 위한 박해 때문이었다. 순교자들의 고귀한 피의 대가로 얻어진 「갑오경장」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출발점이었고, 발전의 원동력은 가톨릭이 신분차별을 폐지케 하여 근로사상을 고취시킨 데 있다고도 여겨진다.
사람은 땀 흘려 일하며 살도록 지음 받았다. 일하는 데서 삶의 보람과 기쁨을 얻으며 자아실현(自我實現)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무위도식하면서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성경은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Ⅱ데살3:10)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힘든 일을 기피하고 쉽게 놀고먹겠다고 한다면 재물의 축복도 삶의 의미도 참 행복도 포기하는 것이 되며 자녀가 편하게만 살도록 가르치거나 많은 유산을 물려줌은 자녀의 행복을 빼앗는 결과가 된다.
모처럼 만나 부모의 은덕을 기리며 형제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여야 할 추석명절에 내로라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재산차지 싸움판을 벌여 국민모두를 부끄럽게 한 것도 결국 힘 안들이고 재물을 얻겠다는 그릇된 욕심 때문이다.
이 시대 우리교회가 급히 하여야 할 일 중의 하나는 국민에게 근로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일 것이다. 지구가 인류의 욕망을 다 채울 수는 없지만 「입」을 채울 수는 있다고 하였다. 힘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일터를 찾아 구슬땀을 흘리는 「일하는 국민」상을 되찾도록 이끌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먹으리라」는 진리를 깨우치는 기회로 하자.
한 때 열사의 땅 중동에 나아가서까지 밤잠을 안자며 횃불을 켜들고 피땀 흘려 일하는 한국의 근로자들이 외국 학생들의 견학대상이었고 세계를 감동시켰었다.
우리의 부지런함이 6ㆍ25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힘이었다.
퇴색한 근로정신의 부활을 위해 교회도 모든 역량을 기울이자. 절망하고 포기한 채 주저앉은 이들에게 근로의 동기를 부여하여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일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눈이 높을 뿐임을 깨우쳐야 한다.
땀이 천재를 낳고 부를 낳고 행복을 만든다.
일을 즐기도록 이끌자. 천국은 일한 사람의 몫이며 이 세상은 놀이터가 아닌 일터임을 명심하자.
열심히 일하여 얻은 재물을 일할 수도 없는 이들과 나눌 때 곧 「아버지의 나라」가 이룩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