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개방문제로 나라안이 시끄럽다. 대통령의「정치적 결단」에 따라 바야흐로 영화나 만화를 앞세운 일본의 연극, 문학, 기타 문화상품들이 줄줄이 현해탄을 건너 올 찰나다. 잽싸게 국내 판권계약을 맺어 떼돈을 벌려는 「장사꾼」이 득시글거리는가 하면, 『마음대로 들어오라지!』라는 소신파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기성세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본이란 나라, 수천년간 한반도를 통해 대륙문화를 전수받았지만, 근대 산업화를 먼저 이룬 최근의 100년 동안은 이 통로를 완전 역전시키고 만 장본인이다. 개화기 이후, 지금도 우리 사회전반의 문화는 그들의 「아류(亞流)」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승만의 「자유당」 (自由黨)은 1881년 일본 최초의 정당 이름과 같다. 5.16 쿠데타를 일으켰던 박정희씨도 실은 일본의 5ㆍ15사건 (1932년 일본 군부의 쿠데타. 당시 이누카이 츠요시수상을 살해)에 맞춰 거사를 꿈꾸었다고 술회했다. 한나라 경제의 얼굴이라는 화폐, 우리 동전 5백원 1백원 10원 1원짜리는 일본의 것과 크기나 재질, 디자인에서 너무나 흡사해 낯뜨거울 지경이다. 「S그룹」의 이 (李)전회장은 새해연휴를 일본 도쿄에서 보내며 사업구상을 했고, 그 그룹의 프로야구팀은 일본의 「세이부라이온스」의 이름과 파란색 유니폼 컬러, 사자모양의 로고까지 똑같다. 이런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는 한나라의 정체성(正體性)을 결정하는 상부 문화구조에 속한다. 대중문화는 그 아래의 하위문화(sub―culture)구조다. 일본 대중문화의 전면개방―우리나라 상부구조의 사고와 문화체계가 「완전 일본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그깟 대중문화쯤 들어온다고 뭐 큰일날까. 이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마음 편할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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