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정치권, 참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도 벌써 8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그동안 우리가 보고 들은 정치권 사정은 이전과 거의 마찬가지로 그저 난해할 뿐이다. 이를테면 과거 호시절에 온갖 기득권을 누리며 소속 정당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던 일부 선량들이 충실하게도 선례를 이어받아 철새로 탈바꿈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일부 선량들은 과거의 부정과 비리가 드러나 줄줄이 소환, 구속당하면서 부끄러운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끝끝내 결백을 주장하는 안쓰러운(?) 추태를 연출하고 있다.
안쓰러운 추태
그뿐인가? 급기야는 정치권의 한 저명한 인물을 대한민국의 최고 통치권자로 만들기 위해 일부 과잉 충성 분자들이 북한 당국의 도움을 요청했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 진위 여부야 어떻든 간에 그들의 영악한 기민성과 일신의 출세 및 안락 추구가 「착한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좌절을 안겨주는지는 정녕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착한 국민」들만 외면
이름하여 「IMF체제」라는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 「착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묵묵히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희망 퇴직, 명예 퇴직이라는 미명하에 일자리를 잃고, 자칫 패배와 절망의 늪에 빠질까 재기에 안간힘을 쓰는 많은 실직자와 그 가족들, 수해로 인해 가족과 재산을 잃고 다가오는 흑한을 예감하며 몸을 떨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는 어려운 수재민들, 그리고 하룻밤 태풍으로 대풍작의 기대가 어이없이 무너져 버렸지만 남은 벼 하나라도 더 새우기 「위해 애쓰는 농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착한 국민」들을 외면한채, 단식 농성, 폭로성 발언, 테러 의혹, 상호비방 등과 같은 낡은 정치의 유치함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개인의 무사안일과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은 너무나 당당하며, 자기 당이 주장하는 정의와 도덕을 인정받기 위해 안달하는 각 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가니, 이러한 정치현실을 보고 있는 우리네 심정이 착잡하고 한심스러울 수 밖에…
수치스런 정치역사 책임은?
그러나 한국의 정치권 사정이 난해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1공화국 수립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 역사가 비민주 내지 반민주적 요소를 제거하지 못하고, 부정 부패와 비리로 점철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우리는 수치스러운 정치 역사에 대한 책임을 소수의 정치인 등에게만 물으며 비난을 퍼부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의 주체는 국민 모두를 포함한다고 할 때, 수치스러운 정치 역사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정치란 사회내의 여러 가치들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정하게 배분하는 과정을 뜻하며, 이러한 의미의 민주 정치 구현에 있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회구성원들의 민주적 사고 및 태도이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씨, 남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공감하며 고통에 동참하려는 의지, 내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남과 함께 공유하려는 태도, 그리고 겸손과 양보의 자세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의 자세
요즈음 정치권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가 선택한 우리의 대변인들이다. 한 번 곰곰이 되짚어 보자. 그들을 선택할 때 우리는 어떠했는가? 민주적 사고와 태도를 견지했는가, 아니면 연고를 따져가며 권력지향적인 사고와 태도에서 그들을 선택했는가? 또 그들에게서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공정한 가치 배분이었는가, 아니면 기득권 유지였는가? 우리 모두는 나약하고 부족한 하느님의 피조물이다. 경제 침체와 사회 불안, 그리고 정치권의 혼란을 소수의 정치인들 탓으로만 돌리지는 말자. 그들의 나약함과 부족함은 우리가 메꿀 수 있도록 노력하자.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씨를 열심히 키워갈 때 하느님께서도 분명 우리안에 섭리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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