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교구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목적 행정적 변화등 일련의 사안들은 가히 「혁명적」이다.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취임 이후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속도는 「교회적 시각」으로 볼때 「엄청나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의 시각속에서도 서울대교구의 새로운 선택들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일단 높게 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지구 사목의 자치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되는 서울대교구의 지구별 사목은 최근 정진석 대주교가 서울대교구의 본당 사목을 지역별로 책임질 지구장을 선출, 임명하고 그 지구장들이 관장할 15개 지구좌 본당까지 선정 발표함으로 가시화되었다.
『교회법대로 한다』는 정진석 대주교 특유의 「정공법」을 실제상황으로 볼수 있는, 진정 실감나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이제 싫든 좋든 서울대교구는「준 교구」에 해당하는 15개 지구 역시 「주교 버금가는 의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지구장 중심으로 본당사목을 전개하는 새로운 도전에 첫발을 디디게 된 셈이다.
이 선택은 다원적 사회구조와 대량주의가 판치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입장에서 볼때 사뭇 전향적이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 묻혀 살아가는 열악한 신앙적 구조를 친교와 사귐의 공동체안에서 자신의 신원을 찾아 새로운 그리스도인으로 변모시키는 중요한 동기가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의 지구별 사목의 획기성은 그 내용의 획기성에 있다고 할수 있다. 우선 지구장에게 부여되는 권한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정대주교는 이미 지구장의 「지위」를 교회법에 명시된대로 「주교에 버금가는」(준하는)수준이라고 밝히면서 그 지구내에서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사목활동을 전개하도록 하기위해 지구장에게 특별한 권한과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한바 있다.
물론 통상적 사목활동에 국한된 것이고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문제이긴 하지만 지구별 사목의 획기성은 바로 「자발적이고 창의적 사목활동」을 겨냥했다는 데서 찾을수 있다. 맡아야할 사목대상의 「지역별 특성」과 「지구민의 정서」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서는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사목을 전개할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따라서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틀을 벗고 지구별 특성과 개성을 스스로 찾아내 펴갈수 있는 지구별 사목의 최대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열린 사목」을 할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열린 사목은 개별본당의 특별한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빛을 볼수 있을때 가능한 일이다.
「동반 사목」 역시 지구별 사목의 최대 강점이 될 것이다. 지구별로 호흡이 맞는 본당끼리 또는 환경과 입지가 비슷한 본당이 의욕과 의지를 모으고 인적 물적 자원을 함께 나누어 쓴다면 그보다 좋은 사목적 나눔이 없을 것이다. 지구별 사목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서도 찾을수 있다.
아무리 좋은 장사도 시장성이 없으면 헛일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필요로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장사는 헛장사가 되고만다. 지구별 사목은 지구 본당들이, 지구 신자들이 힘을 모아 고객의 구매욕구를 함께 찾아나갈때 또한 승부를 걸어볼 수가 있다.
인구 3만명당 1개 본당을 설정하겠다는 정대주교의 의지는 보다 촘촘하게 그물을 치겠다는 의도라 생각된다. 지금까지처럼 대규모로 지어지는 성당이 아니라면 10년안에 2백개 본당을 더 늘리는 작업도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지구별 사목은 복음화 18%에 도전하는 서울대교구의 첫걸음이 분명하다. 본당을 친교와 사귐의 공동체 본연의 모습으로 변모시키는 일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정대주교의 선언대로 본당을 제외한 제 분야에서 역시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을 찾는 일일 것이다.
이미 대구대교구와 인천, 수원교구 그리고 전주교구에서 선택적으로 시도된 「가두 선교」, 「잃은 양 새로운 양 찾기」 「선교본당」 설정 등은 놀라운 결실을 거두고 있다.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선 이들 교구와 본당의 복음선교 방식은 이미 각 나라에 소개되어 놀라움과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우리 교회는 「점잖기만 한」 가톨릭교회의 이미지와 결별을 선언해도 괜찮다는 좋은 징후들을 만들어 가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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