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조차 때우기 힘든 사람들이 필요한만큼 퍼가고 아직 먹는 것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퍼간만큼의 쌀을 채워놓는 「사랑의 쌀통」운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3월초 인천교구 간석2동본당이 맨 처음 시작한 이 운동은 인천교구는 물론 서울과 부산, 수원, 대구, 원주교구 등으로 번져 지금은 60여 본당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 교회에서 시작된 이 사랑의 쌀통운동이 불교계까지 확산, 지난 달부터는 부산의 한 사찰에서 「자비의 쌀 단지」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2백만명이 넘는 실업자들이 생겨나고 있고 서울역을 비롯한 서소문 일대에는 가족 노숙자들마저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랑의 쌀통이 번져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실식자로 전락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하루하루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왔던 저소득층 사람들의 경우는 당장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의 쌀통은 단순한 쌀의 나눔을 넘어 이 사회에 사랑의 정신을 확산시키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한복음 6장, 빵과 생선의 기적같이 퍼 낼수록 가득차는 기적처럼, 사랑의 쌀통이야말로 박해시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굶어죽는 교우가 없을 정도로 사랑을 나누었던 신앙선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행위라 할수 있다.
경제침체가 계속되면서 몇 집 건너 한 집 꼴로 실직 가정이 생겨나고 있고 성당에서도 실직을 당했다는 형제자매들의 침울한 모습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사랑의 쌀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연대시켜 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 될 수 있다. 쌀을 가져다 놓으면서 이 쌀을 가져갈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형편이 어려워 쌀을 가져가게 된 사람은 쌀을 갖다 놓은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그만큼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만큼」으로 줄어들면 금새 「이만큼」으로 채워지는 사랑의 쌀통 기적이야말로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그리스도의 사랑임이 분명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이웃을 위해 보이지 않게 실천하는 사랑의 쌀통이 하나 둘씩 늘어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도 더욱 아름다워 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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