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있어 필수적인 음식이다. 오랜 외국생활에 지쳐있다가도 김치를 한번만 먹어도 힘이 불끈 솟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한다.
웬만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김치에 어울린 실수담 등 제 나름대로의 각별한 추억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느덧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한 김치지만 과연 언제부터 우리의 김치가 되었을까? 우리는 당연히 김치가 우리 민족과 긴긴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치에 필수적인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 왔던 것이다. 배추 역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김치의 원형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고는 하지만 고추와 배추가 들어온 이후에야 오늘날의 김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질적인 그 매운 고추를 가지고, 김치라는 너무나 한국적인 음식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이런 김치가 불과 200-300년 동안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던 것이다.
200여 년 전 이 땅에 복음이 들어왔다. 암울하던 시대, 정신적 지주를 잃고 있었던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며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끊임없는 박해 속에서도 인간평등 사상을 보급하였으며 이 겨레의 문화 발전에도 많은 공헌을 하였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천주교회는 이 나라의 사회정의 확립과 인권신장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이제 천주교는 한국에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였으며 믿는 이나 믿지 않는 이나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과연 한국 가톨릭교회가 한국인들의 교회가 되었는가? 아니면 여전히 한국인들의 심성과는 달리 이질적인 서양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있는가? 한마디로 김치냄새가 나는가?
오늘날 적지 않은 이들이 신앙과 생활의 괴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참된 복음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복음화란 단순히 그리스도의 말씀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여 세례를 받게 하는 것만이 아니고, 복음의 힘으로 모든 개인과 집단의 가치관, 생활양식, 구체적 생활환경, 문화 등을 바로잡는 것이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다. 이렇게 볼 때 과연 우리나라가 얼마나 복음화 되었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 민족이 고뇌하고 아파하고 아쉬워하는 현장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가며, 그 문제에 함께 참여하는 것에서부터 복음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국인의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현실과 사회적, 문화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복음의 가치대로 대처해야만 한다.
특히 우리는 우리의 문화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화는 복합적인 것이어서 고쳐지고 쇄신되어져야 할 것이 많다. 그러기에 문화를 그리스도의 빛으로 재조명하여 정화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결혼과 장례만 하여도 달라져야 할 점이 얼마나 많은가? 그밖에 음식 문화, 음주 문화, 운전 문화 등도 복음화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오늘날 외래문화가 아무 비판 없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외래문화는 물론이며, 우리의 전통문화와 전통적 가치관도 복음의 빛에 비추어 정화하고 쇄신하여야만 한다.
낯선 이질적인 요소들을 받아들여 김치라는 멋진 음식을 만들어 낸 우리 조상들, 복음을 받아들여 우리 실정에 맞는 교리서, 제도들을 만들어내었던 신앙 선조들. 이제 우리도 더 이상 미루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들의 지혜를 본받아 복음이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그 가치대로 참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복음화에 관심을 갖고 정성을 기울여야만 할 때다. 우리의 사명은 한편으로는 그리스도를 적극적으로 이웃에게 전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진정 복음화될 수 있도록 사회를 그리스도의 뜻에 맞도록 변혁시켜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점점 소금과 누룩이 되어 가리라고 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