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아버지께 물려받은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아버지께서는 힘없이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생전의 가르침을 완성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성과 이름을 주셨고, 가족과 친척의 따뜻함, 그리고 가톨릭 신앙을 전해주셨습니다.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께서는 한 번도 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아버지께서 저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셨음을 고백합니다.
아버지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버지를 좋게 말합니다. 삼십여년 전, 큰 형수는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극진하게 대하신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때문에 큰 형님과 혼인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운 데서 오십년 이상을 함께 사신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십니다. 이런 분을 아버지로 모신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것은 저와 제 딸의 영광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신 후에도 제게 커다란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뼈가 묻힌 고향입니다. 지금까지는 단지 아버지와 제가 태어난 땅이었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몸이 들어 있는 소중한 땅입니다. 그 땅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를 사랑합니다. 그 땅에서 사는 온갖 벌레와 짐승을 사랑합니다. 그 땅 위 높은 곳에서 떠다니는 구름과 파란 하늘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십시오. 아버지께서 훌륭하게 극복하셨을 인간적 약점들을 저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보고싶은 아버지, 하느님 품에서 평안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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