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을 일컬어 정보화시대라고 말한다.
다변하는 세계 속에 인간은 누구나 빠르게,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간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정보 속에서 컴퓨터가 모든 것을 대신해주고 서로가 서로를 만나지 않아도 대화를 나누고, 원고를 주고받고, 편지를 주고받는다.
컴퓨터 앞에서 시작되는 하루의 삶은 인간에게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제공하지만 점점 피폐(疲弊)해가는 인간의 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아무리 컴퓨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더라도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인간에게는 감정(感情)이 있다는 것이다. 같이 울며, 웃고 부대끼며 서로를 느끼고자 하는 인간만의 속성이 있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발달하면 할수록 점점 단절되는 인간관계 속에 우리의 느낌은 사라지고, 감정은 없어지고, 눈물은 메말라 간다. 어떤 종교도, 신앙도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 스쳐지나가고 미사도, 고해성사도 더 이상 우리에게 기쁨과 위안이 없는 요식적인 행위로 무뎌져가고 있다.
바쁘게 시간 맞추어 왔다가는 신자들, 건축문제로 행사관계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신부들…. 모두가 제각기 바쁘게 살아간다.
점점 짧아지는 고해성사 시간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도식화시키고 일방적인 사목지침은 신자들을 더욱 메마르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목지침서(제89조 2항)에서도 주간중 하루를 신자들의 귀가 되어줄 것을 요구하지만 이 시대의 사제들은 참 많은 것으로 바쁘게 살아간다.
고해성사를 보는 시간은 점점 줄여지고 면담을 하고 싶어도 신부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오늘날, 우리는 무엇인가 중심을 잃고 사는 것이 아닐까?
마르타와 같이 분주한 삶을 사는 사제들에게 어쩌면 신자들은 마리아 같은 삶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루가 10,38~42참조).
점점 단절되어 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나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건 역시 사제여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자기를 나누고 싶어도,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도 대상을 찾지 못하는 신자들은 어쩌면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제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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