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을 기해 「전주교구사」를 완간해 낸 전주교구민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번에 발간된 「전주교구사」는 1784년부터 바로 지난해 1997년까지 213년 동안 전주교구 신앙공동체가 살아온 삶을 통틀어 정리한 책이다. 200자 원고지 2만2천여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전주교구사」가 두 권의 책으로 묶어져 나온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최초의 순교자를 낳는 등 한국천주교회의 창설과 시작을 같이한 전주교구의 역사는 한국천주교회사의 축소판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서양선교사들의 시각으로 편찬되고 알려진 한국교회사를 한국인의 시각으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주교구사는 돋보인다.
특히 이번 전주교구사 1ㆍ2권은 서울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의뢰해 발간해낸 여타 교구의 그것들과 달리 전주교구민의 손으로 씌여졌다는 점에서 「지방교회사는 지방민이 직접 써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주교구사는 『교구사는 호교서(護敎書)가 아니므로 역사 이해는 아전인수 격인 역사 해석을 피하기 위해 객관성을 갖고자 기존의 연구업적을 재해석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행 한국천주교회사는 그 배경이 되는 지역사회와는 동떨어지고 단순히 호교론적으로 흘러 자화자찬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교회사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할 현재의 교회가 취할 올바른 역사의식은 아니다.
역사란 과거의 현재요 오늘의 현재요, 미래의 현재이기에 역사학의 목적은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얻어 오늘과 내일의 나아갈 바를 취하는 학문이다.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학은 과학적인 것이요, 일종의 정신과학인 것이다. 우리 교회도 바로 이런 이유로 교회사를 연구해야 한다.
교회사를 연구하는 목적을 오늘 이시대 사목을 과학적으로 전개하자는데 두어야 한다. 이제 교회당국은 본당중심의 사목, 사목 이기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오늘과 내일의 교회가 가야할 길을 찾는데 관심을 쏟고 투자하는 결단을 기대한다. 다시 한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주교구사를 완간해낸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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