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이렇게 저렇게 입장은 바꾸어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알 수가 없다. 이제 그만 다투고, 이제 그만 흘겨 보고, 이제 그만 미워하고 본래의 하나되어 잘 지내 보자는데 뭐가 그리도 못마땅한 걸까? 50여년을 반쪽의 어설픈 몸으로 뒤뚱거리며 서로를 상처내고 아파했으면 이제는 지칠 때도 되었는데 이웃나라들의 동정과 냉소를 참아내는 것도 이제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은데, 잘 지내보자는 우리의 제의에 왜 북쪽은 호응하지 않는 걸까?
요즈음 북한의 행태를 지켜보며 느끼는 우리네 심정이 이런 것 같다. 식량난 해소를 위해 비료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에 실향민의 눈물도 닦아주자는 제의를 했더니 난데없이 「체제 붕괴」를 들먹이며 매몰차게 돌아서지를 않나, 보기만 해도 듬직한 서산 우공(牛公) 수백마리를 보내며 뭔가 희소식이 있기를 기대한 우리에게 정체불명의 잠수정을 보내주지 않나, 이러니 우리네 심정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그뿐인가? 예상 외로 빨리 금강산관광이 현실화되고 있어, 가서 보기도 전에 벅찬 감격을 억누를 수 없는데 웬 미사일 소동? 실향민의 눈물은 닦아주지 못할 망정 동족상잔의 악몽을 되살려 주다니, 정말이지 참 야속하고 밉살맞은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의 행태가 이러하니 새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회의적 평가가 나오고,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어 실로 안타까움이 크다. 자칫 통일에 대한 회의(懷疑)마저 확산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내심 가장 큰 걱정은 북한 당국의 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우리의 반쪽, 북한 동포에 대한 남쪽 형제 자매들의 관심과 배려가 점점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북한 동포는 꼭 다시 만나야 할 우리의 반쪽이다. 그들이 없이는 우리도 정상적인 건강한 삶을 살수가 없다. 또한 모욕과 수치로 점철된 50여년 세월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북쪽의 형제 자매들과 만나야만 한다. 따라서 북한 동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는 우리의 의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북한 동포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지원은 통일을 대비한 당위적 과제의 실천이기도 하다.
북한의 행태가 밉살맞다고 해서 북쪽의 형제자매들까지 잊어버릴 수는 없다. 먹지 못해서 굶어 죽고, 약이 부족해서 병들어 죽는 수많은 북한 동포들이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배불리 먹고 마시고 즐길 때 북쪽의 형제자매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살아 있음을 슬퍼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생활도 많이 힘들어져 북한 동포들과의 고통 분담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정성스럽게 하자. 단지 얄팍한 동정심에서가 아니라 내 형제자매에 대한 진정한 애정으로 도움을 실천하자. 반드시 물질적인 것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도 중에 북쪽의 형제자매들을 기억하는 것만도 큰 도움이다.
남과 북이 다시 하나 되는 것은 당위적이고도 필연적이다. 남북 관계의 현실이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통일 염원에 냉소적이거나 북한 동포를 외면할 수는 없다. 또한 북한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만을 키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이해하고 감싸안으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에 비해 우리는 많이 넉넉해졌고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무비판적인 이해와 포용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과 북은 50여 년 벽을 쌓고 살아온 만큼 서로간에 오해와 불신이 깊었음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누가 하느님의 의도를 알 수 있으며, 누가 주님의 의사를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인간이 생각하는 것은 확실치 않으며, 인간의 의도는 변덕스럽습니다』(지혜서 9, 13~14) 그렇다. 통일을 위해, 북한동포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 다음은 하느님께 맡겨드리자. 그리고 또 기도드리자.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대희년에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큰 기쁨의 축제를 마련하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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