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고액과외 파동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남다른 교육열과 학벌위주의 사회현실이 부른 이번 사건은 그전에도 여러번 터졌던 사건이라고 치부하기엔 충격이 너무 크다.
졸부들이 허세를 부린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 총장이 사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에 그 파장이 더욱 커진 것이다. 선우중호 전 서울대총장은 많은 서울대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2년 전원 무시험입학 등 파격적인 서울대 구조조정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오고 있었기에 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개혁의 기수가 개혁의 우선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은 거대한 사(私)교육의 바다에 공(公)교육이 마치 섬처럼 고립돼 떠 있는 형상』이라는 이해찬 교육부장관의 발언은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한다. 서울 강남의 학교수는 250개에 불과하고 학원수는 5천여 개에 달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교육개혁을 더욱 과감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이장관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차제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특정한 소수대학이 이 나라 최고의 우수한 인재를 독점하는 구조적 모순이라는 지적에 귀 기울여 달라는 점이다. 이는 고질적인 불법 고액과외나 과다한 사교육비 문제의 근원이 되는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 특성화와 입시제도의 과감한 수술, 이를 통한 초ㆍ중ㆍ고교 교육의 정상화가 하루빨리 실현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지금부터라도 거국적 차원에서 학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건전한 교육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정책들을 하나씩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인재를 등용할 때 그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를 묻지 말고 그가 그 분야에서 얼마만큼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풍토를 만들어가도록 하자.
이번 「족집게 과외」파동은 학부모들의 각성과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돈으로만 자식 키운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한 농부의 「자식농사」체험담이 새삼 크게 들려온다.
5남매 자녀 모두를 시골중학교 전교수석을 차지하게 한 비결은 『좋아하는 놀이로 공부를 유도했다. 자식농사 역시 농사와 똑같아 정성을 쏟은만큼 거둬들인다』는 체험담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칭찬은 비료와 거름에 해당하는 만큼 많을수록 좋다』는 말도 족집게 과외파동으로 허탈해진 마음에 단비를 내리는 귀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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