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사탄(악마의 우두머리)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히 우리에게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는 기회에 가르치게 되는 교리는 여러분에게 극히 유익합니다』하고 안티오키아의 신자들에게 말한바 있다. 그것이 어떤 유익함을 주는지 밝히기에 앞서 악마는 과연 어떤 존재인지 살펴보자.
예수님께서는 사탄에 대하여 이 세상의 권력자(요한 14, 30), 사람의 마음에 뿌려진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빼앗아 가는 자(마태 13, 19), 주인의 밀밭에 가라지를 뿌린 원수 (마태 13, 39) 등으로 표현하셨다. 가톨릭 교회의 전통 가르침에 따르면, 악마는 타락한 천사이다. 본래 선과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하느님의 피조물이었던 악마는 교만과 시기 때문에 하느님을 배반하고 사람이 죄를 짓도록 유혹하는 존재가 되었다. 곧 악마는 자유 의지로써 악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악마를 단순히 악의 화신이나 인격화한 악의 원리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강력한 유혹자 사탄은 교묘하게 사람을 죄악으로 이끈다. 그러나 사탄의 유혹은 우리의 동의를 강요하지 못하므로, 범죄의 책임을 사탄에게 전가할 수 없다. 악마에 관한 교리가 주는 유익도 이와 연결된다. 성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사람의 모든 잘못과 그들이 불평하는 악들의 원인은 악마가 아니라 사람 자신들의 부족이다』하고 말하였다. 신앙이 약한 사람은 이 세상의 권력자인 악마의 유혹을 이겨낼 수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악마는 우리를 기도로 인도한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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