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각자의 능력대로 자기 재화를 나누어주고 특히 개인이나 국가가 받은 바 원조로써 자조자립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길 바란다(사목헌장69항 참조)고 당부하고 있다.
공의회는 또 인류의 대부분을 아직도 괴롭히고 있는 재앙이 많음을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한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을 가는 곳마다 장려하기 위하여 전 교외의 한기관(機關)을 설립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사목헌장 90항 참조).
이번 수해를 계기로 한국 천주교회 내에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구제사업을 위한 보다 강력한 조직체가 요청되고 있다. 물론 한국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구제활동을 활발하게 그리고 부족함 없이 전개해 왔다.
이 부족함 없는 나눔에 지역사회와 실제적인 연대성을 갖는 구호활동이 전개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다. 그 구체적인 구호활동의 일환으로 수원교구가 「재해대책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설치하기로 한 것을 크게 환영한다.
수원교구의 이같은 조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구제활동이란 점에서 신선함을 주고 있다.
사실 이번 수해때 교회가 보여준 비체계적인 지원활동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재해복구에 필요한 상당수의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고도 사실상 교회가 펼친 구호활동은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전체 교회 차원의 상설 재해대책 기구 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해준다. 즉 기존의 유기적인 조직체들을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해줄 「브레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그 자체가 커다란 구호기구이다. 성당과 병원, 사회복지시설, 신자 전문인력 등은 신경세포처럼 산재돼 있다. 이 신경세포를 하나의 유기체 안에서 원활하게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통합기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상설 「재해대책기구」인 것이다.
교회는 인격과 인격의 공동체 삶 안에서 생존해야 한다. 사회질서와 사회발전은 인간의 복지를 목적 삼아야 한다. 따라서 현대의 교회는 누구에게나 이웃이 되어 주고 누구를 만나든지 적극적으로 봉사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한국천주교회가 인간을 향한 보다 개방된 교회로 변신해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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