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일은 성모님과 함께 미리아나가 믿지 않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인데 이날 기도는 발현산에서 오전 9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일행은 3시간여 있었는데, 그늘 없고 바람 한점없이 무덥던 시간에 성모님께서 청색십자가가 있는 곳에 나타나 미리아나와 함께 기도하시는 순간 선선한 미풍이 붙어왔다. 『성모님께서 오실 때 바람이 인다』고 미리아나가 얘기해 주었다. 그날 발현산전체를 뒤덮은 수만군중의 간절하고도 뜨거운 기도열기는 그곳의 폭염을 식히고도 남을 듯 느껴졌다.
3일 저녁에는 성모님께 대한 사제들의 봉헌식이 있었는데 200여 명의 사제들이 제대에 올라가셨고, 그때 우리는 마니피깟을 노래하며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했다. 영대를 손으로 받들고 제대주위를 행렬지어 걸으시는 각국 사제들의 모습에서 사제직의 거룩함이 새롭게 느껴졌다. 어떤 사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그것을 바라보며 마니피깟을 부르던 우리들도 감동스러워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였다.
이번 국제 기도모임에서 또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성체거동이었다. 성체안의 예수님께서 앞장서시고 수만명의 순례객들이 촛불을 밝혀들고 그 뒤를 따르며 마을을 한바퀴 돌았다. 마치 2천년전 예수님 뒤를 따르던 군중의 무리처럼. 어떤 그룹은 성가를 부르고, 어떤 그룹은 로사리오기도를 바치며 걸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조화를 이루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집집마다 문앞에 십자가와 성모상을 내어놓고 성모님과 예수님께 촛불을 봉헌하고 기도하는 모습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미소와 온화함을 잊지 않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반갑게 대해주었다. 참으로 성모님께서 발현해주실 만큼 착하고 순박하며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들로 느껴졌다.
마지막날 밤에는 각나라별로 노천제대에서 성가를 부르는 시간이 있었는데 각국마다 특유의 노래나 춤으로 흥겨웠으며,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을 때 가톨릭성가 251번 「무변해상 별이시며」를 노래하며 기타와 오보에에 맞춰 우리 젊은이 5명이 율동을 했다. 나도 함께 노래했는데 뒤에서 보니 퍽 은혜스러워 보였다. 우리의 노래와 율동이 끝나자 군증은 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대회 주관자이며 선견자들의 영적지도신부이신 슬라브코 신부님은 모든 순서가 끝났을 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코리아 넘버 원!』이라 하셨다.
메쥬고리예에 머문 8박 9일은 주님을 향한 내 마음에 새로운 불을 당기게 했으며 십자가를 기쁜 마음으로 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게 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나는 벌써부터 다시 떠날 계획으로 마음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나는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순례를 통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그들이 대답했다. 『주님께서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속에 늘 함께 계신다는 것을 굳게 믿게 되었다』『로사리오기도, 성시간, 십자가의 길, 그외 많은 기도시간을 통해 성체성사로 오시는 예수님과 더욱 깊은 일치를 이루게 해 주었다』『우리가 기도할 때 신앙을 지킬 수 있고 하느님사랑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과 기도할 때 남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말한다. 『하느남은 존재하신다. 하느님은 살아 계신다. 나는 메쥬고리예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나는 하느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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