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송사의 드라마 제목 같이 할머니들은 오늘도 보고 또 보고 하신다. 틀린 글씨를 지우며 쓰고 하시는 할머니들 뒤로 본당 마당의 느티나무가 햇볕사이로 그늘을 짓는다.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던 초여름 날 한글교실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3년이나 됐다.
돋보기를 올렸다 내렸다 하시며 한자 한자 읽고 쓰시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내년 여름 꽃피기 전에 글을 다 배워 영감님 생전에 편지한장 써보지 못했는데, 죽기 전에 하늘나라에 계신 영감님께 연애편지 써봐야지』하시며 좌중을 웃기시던 율리아 할머니께선 꽃이 피기 전에 할아버지 곁으로 가셨다.
시집오는 날부터 무식하다고 핍박을 당하다가 끝내는 배운 신여성에게 가버린 영감님께 당신이름 석자라도 쓸 줄 알아 사무친 원한을 풀고 싶다며 일나가시는 틈틈이 나오시던 여든이 넘으신 가타리나 할머니, 이 더위에 노구를 이끌고 어느 취로 사업장에서 얼마나 힘든 일을 하시는지 안쓰럽기만 하다. 겨우 중년을 넘긴 자매님, 너무 가난하고 힘겹게 자라 학교문전에도 가보지 못했기에, 한글교실을 있게 해준 본당과 신부님과 내게 보답하는 길은 열심히 공부해서 성서를 읽고 쓰는 것이라며 장사를 하는 바쁜 생활에도, 3년 동안 결석 한번 악한 모범 학생이더니 지금은 기도서랑 성서를 읽고 쓰며 매일 일기를 쓰는 모습에 감사를 드린다.
어려운 시절에 교육 한번 받지 못한 서러움에 배움의 길이랍시고 너무나 좋아하며 30명 가까운 학생들이 작은 교육관에 가득했는데 경제 한파란 어려움이 휘몰아쳐 가뜩이나 어려운 그들이 더 힘들게 되어 뿔뿔이 일터로 헤어져 지금은 고작 3~4명이 자리를 지킨다. 남아 계신 분들도 언제 자리를 뜰지 모른다.
난생 처음 연필은 쥐어 본다며 내가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다니 하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할머니들. 시작기도와 끝기도는 『우리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신 예수님 성모님 신부님 선생님께 감사합니다』하고 기도를 드린다. 언제인가는 이 교실에 그분들이 다시 가득 찾아 오게 되길 주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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